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지배구조 규제강화 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국회와 정부에 전달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건의서는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안 관련해 규제 결합시 파급력 확대, 회사법 기본 원리 훼손, 규제 비용 상승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규제에 새로운 규제가 더해지면 기업 경영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중대표소송이다. 이중대표소송은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제도다. 자회사 이사의 위법 행위로 인한 자회사의 손해는 모회사의 손해가 되고, 이는 결국 모회사 주주의 손해가 되므로 모회사 주주의 자회사 이사에 대한 대표소송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경제계는 최소 지분율이 기존 50%에서 30%로 완화되면 상장 자회사의 86.2%가 이중대표소송 대상이 된다며, 여기에 소액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지분율 요건이 기존 0.5%에서 0.001%로 완화되면 소액주주의 경영 간섭이 빈발할 수 있다고 이중대표소송 개편에 반대 의견을 표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최소 지분율이 50%일 경우 이중대표소송을 할 수 있다.
이중대표소송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회사와 자회사는 별개의 법 인격이므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독립된 법인격을 부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100% 모자관계를 제외하면 모·자 회사 주주간 이해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언급했다.
나아가 현재 발의된 상법 개정안들이 소액주주의 권한 강화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1주 1의결권 원칙, 자본 다수결 원칙 등 회사법의 기본 원리가 훼손되는 중대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이 회사의 이익을 저해할 위험이 크다고 봤다. 1주 1의결권이라는 기본 원칙을 훼손할 뿐더러 기업의 원활한 의사 결정과 정상적 경영 활동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할 경우 이사의 책임이 가중돼 도전적 투자보다는 보수적·안정적 경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대한상의가 지난 6~7월 자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선 이사 충실 의무 확대시 상장사의 52.9%가 인수합병(M&A)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철회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밸류업·부스트업의 기업가치 제고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수주주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하려다 오히려 대규모 투자·M&A 무산 등 기업 경영이 위태롭게 되는 ‘교각살우’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