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백화점 3사가 크리스마스를 두 달이나 앞두고 벌써부터 점포 장식 경쟁에 불이 붙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남기려는 고객들의 발길을 백화점으로 모아 매출로 연결하기 위한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고, 외국인 관광객에겐 관광 자원이 되기도 한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백화점 업계의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말 특수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은 오는 11월 1일부터 일제히 크리스마스 점등을 시작할 예정이다. 채 2주가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백화점들의 자존심을 걸고 건물 내·외관 장식에 나서는 만큼 콘셉트 및 세부 정보 유출에 조심하는 분위기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매년 연말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 영상으로 ‘인증샷 명소’로 주목받았다. 미디어 파사드는 미디어(media)와 건축물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facade)의 합성어로, 건물벽에 LED 조명을 비춰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신세계 극장’을 주제로 영상을 선보였다. 금빛 사슴을 따라 상상 속 크리스마스 세상으로 들어가 꼬마 병정과 루돌프, 밤하늘을 달리는 선물 기차 등을 만나는 내용이다. 신세계의 자체 캐릭터 ‘푸빌라’도 영상에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현재 본점 외관에 LED 설치 등 공사를 마무리했고 영상을 시험 송출 중이다. 올해 미디어 파사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신세계 측은 “콘셉트 및 규모 등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해 375만개의 LED칩을 사용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 만큼, 올해도 한층 규모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롯데백화점도 명동 본점을 비롯한 주요 점포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점등을 시작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마이 디어리스트 위시’란 주제로 정세랑 작가와 손잡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였다. 어린이 ‘해아’가 크리스마스 요정 ‘똔뚜’와 만나 마법 편지를 보내는 스토리에 맞춰 본점 앞 100m 거리를 유럽의 크리스마스 상점거리로 연출했다.
크리스마스 상점과 더불어 15m 높이의 자이언트 트리를 선보이고 쇼윈도에는 움직이는 피규어, 크리스마스 선물 상품, 인피니티 미러 등을 배치했다. 1층 본관에는 ‘포스트 오피스’를 조성해 인증샷과 이벤트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미디어 파사드 콘셉트도 알려진 정보가 없다. 다만 작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등지에서 열었던 크리스마스 마켓은 올해 더 확장 운영한다. 이는 11월 중순께 공개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도 내달 1일 오픈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내부를 크리스마스 무드로 꾸미고 있다. 올해 콘셉트는 서커스다.
작년 더현대 서울은 5층 3300㎡ 규모 사운즈 포레스트 공간을 동화 속 크리스마스 거리 분위기로 연출했다. H빌리지 테마는 ‘해리의 꿈의 상점’이었다. 11m 높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현대백화점 16개 점포를 상징하는 16개 부티크(상점)와 마르쉐(시장), 6000여개 조명 등으로 이국적 공방들이 모인 골목길을 구현했다.
더현대 서울은 매시간 100명씩 H빌리지를 관람할 수 있도록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올해 1차 예약은 24일 오후 6시30분부터 더현대 서울 SNS에서 진행된다. 예약 가능 날짜는 내달 1일부터 15일이며, 하나의 계정 당 최대 예매 수량은 4매다. 사전 예약은 총 4차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주요 백화점들이 연말 분위기를 앞당겨 내려는 건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주춤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실적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익이 5% 안팎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신세계는 매출은 소폭 오르지만 영업익이 역시 4~5%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백화점도 9월 늦더위로 인한 패션 매출 감소 등에 3분기 매출과 영업익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