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선 시장은 수명이 다한 선박이 고철로 거래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선박 해체는 주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이뤄지며 이때 매매되는 고철 가격을 ‘해체선가’라고 칭한다. 선박 해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39억8000만 달러로 평가됐다.
지난 21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가 발표한 '3분기 선박매매시장 동향 및 전망'을 보면 지난 2022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체선 톤수는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며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심지어 올해 2분기 폐선된 92척 중 48척(42%)은 1만중량톤수(DWT)이하의 소형선이 차지했다. DWT는 선박이 운반할 수 있는 중량을 측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홍해 사태 이후 운임의 증가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주요 해운사들은 홍해를 피하는 노선으로 우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운임은 자연스레 증가하는 추세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홍해 사태의 영향으로 해운사 입장에서는 노후화된 배일지라도 운행을 계속해 수익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보니 폐선이 미뤄지고 있다"며 "환경규제가 시작되며 해체선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분석했는데 규제가 진행은 되고 있지만, 압박을 줄 정도로는 강제화가 되지 않아 시장이 계속 죽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제협약기국(IMO)가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를 오는 2026년에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며 2027년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기조치'까지 시작돼 노후선박의 경제성이 떨어지면 해체선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