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인텔 AI PC 최신 프로세서 국내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15세대 인텔 코어 울트라 두 종을 공개했다. 두 종 모두 생성형 AI 기능을 사용하는 데 최적화된 반도체였다. 인텔은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며 이전 세대보다 최대 40~50%의 전력 소비를 줄였다고 알렸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를 저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결은 신경처리장치(NPU)에 있다. NPU는 인체의 신경망을 닮도록 설계한 AI 전용 프로세서다. 복잡한 계산보단 단순 데이터 처리에 특화돼 있다. 이번에 공개된 인텔 CPU 루나 레이크 NPU의 경우 43TOPS(1초당 조 단위 연산 횟수)를 처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반도체업계 최초로 12나노(㎚·1㎚=10억분의 1m)급 24기가비트(Gb) GDDR7 D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제품에 주로 쓰이는 기술을 도입해 전력 효율성을 전 세대 대비 30% 이상 개선했다고 알렸다. 또 AI 분야에서 사용성이 좋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애플의 반도체 브랜드 애플실리콘도 NPU 성능과 전력 효율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애플이 지난 5월 공개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M4의 NPU 성능은 38TOPS 수준이다. 지난 2022년 공개한 M2(15.8TOPS)보다 2.4배 높지만 전력 소비량은 절반 밖에 안된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주요 빅테크에서 반도체 전력 효율화에 나선 이유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엔비디아 GPU는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으로 쓰이지만, 전력 사용량이 많은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엔비디아 H100 제품의 경우 최대 전력 사용량이 700W에 이르는데 이는 중소형 에어컨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 향후 AI 시장이 '온비다이스 AI'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란 기대감도 깔려있다. 온디바이스 AI는 기기 자체에서 구동할 수 있는 AI를 말한다. 기기 내부의 한정된 배터리 전력만 이용하는 만큼 반도체의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김명주 서울여자대학교 바른AI 센터장은 "저전력이다 보니 성능은 약간 떨어질 수 있지만, 어지간한 기능을 다 할 수 있다면 저전력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며 "GPU의 경우 AI 모델 학습이 끝나면 사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사용자 단계에선 NPU 성능과 전력 효율성이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