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는 28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하방 압력이 커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 속도를 더 빠르게 한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며 "높은 금리 수준에서 정상화하는 과정이며 중립 금리 인하로 내릴지는 이야기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진행하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낮춰 잡았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회의 의결문에서 "성장 하방 압력이 증대됨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의 하방 리스크(위험)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회의 후 발생한 미국 대통령 선거와 3분기 수출 감소 등이 이번 인하에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 총재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레드 스윕(공화당의 상·하원 의회 장악)'은 예상을 넘어간 면이 있다"며 "3분기에 예상보다 수출 물량이 크게 줄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수출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수출에 관한 불확실성과 성장 전망 조정은 새로운 정보인데다 굉장히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날 총재를 제외한 6명의 한은 금통위원 중 인하 의견을 낸 위원은 4명이다. 나머지 2명이 동결 의견을 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동결 의견을 제시했다. 3개월 후 금리전망(포워드가이던스에는) 3명이 인하, 3명이 동결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금리를 3.00%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지만 한달 사이 인하로 방향이 틀어진 것이다.
이 총재는 "인하와 동결 모두 장단점이 있어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하되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정부와 함께 다양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관리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상승하며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을 두고는 "환율 변동성을 당연히 염두에 두고 통화 정책을 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을 관리하는 데는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관리 수단이 많다"고 답했다. 한은은 환율 변동성에 대응하고자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액수를 늘리고 기간을 재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향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를 두고는 예상보다 빨리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 관측했다.
'금리인하 실기(失期)'라며 시장에서 제기한 비판 여론엔 "지난 8월 기준금리 동결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실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시 금리를 동결하고 정부가 거시 안정성 정책을 썼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안정시키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동력을 막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차기 국무총리설을 두고도 이 총재는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한은 총재로서 맡은 바 현재 업무에 충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1%에서 1.9%로 내렸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 경제성장률 0.07%p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며 내년 2월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음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는 내년 1월 16일로 예정돼 있다. 미국 연준 FOMC 회의는 다음달 18~19일(현지시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