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으로 검경의 수사를 받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일단 국정감사 증인 출석은 피했다. 하지만 이는 위기의 끝이 아닌 하이브의 총체적 리스크 관리 실패와 오만한 ‘불통’의 민낯이 드러나는 서막에 불과하다. 의혹 제기 초기부터 ‘침묵과 반박’으로 일관하며 사태를 키워온 하이브가 뒤늦게 CPRO 조직을 신설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이미 돌아선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방 의장은 하이브 상장 전인 2019년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이 없다고 속인 뒤 지분을 넘겨받아 사익을 챙겼다는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상장이라는 핵심 정보를 숨겨 투자자들의 판단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현재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려진 상태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 초부터 천명한 ‘주가시장 교란 행위 엄단’ 기조와 맞물려 사안의 중대성을 더한다.
문제의 본질은 혐의 자체를 넘어 위기에 대응하는 하이브의 태도에 있다. 불과 몇 달 전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 당시 하이브는 온갖 채널을 동원해 여론전을 펼치며 상대를 ‘배신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정작 그룹의 창업자이자 총수인 방 의장이 사법 리스크의 중심에 서자 하이브는 입을 굳게 닫았다.
지난해 11월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구체적인 해명 없이 “문제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며 모든 의혹을 뭉갠 것이다. 이러한 명백한 ‘이중잣대’와 선택적 소통은 시장과 대중에게 ‘내부의 잘못은 감추고 남의 잘못만 떠벌린다’는 오만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희진 전 대표와의 갈등 국면에서 이슈 관리를 주도했던 박태희 CCO(최고홍보책임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5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아 대표이사 다음으로 높은 연봉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룹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총수의 사법 리스크 앞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뒤늦게 금융권 출신인 김진영 전 KB국민은행 부행장을 CPRO(기업홍보총괄)로 영입한 것은 기존 홍보 시스템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증인 채택을 피한 것 역시 ‘승리’가 아닌 ‘꼼수’로 비친다. 민주당 출신 부사장이 총괄하는 대외협력(CR) 조직의 ‘역량’ 덕분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정치적 영향력으로 국민적 검증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다.
결국 방시혁 의장과 하이브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법적 유무죄 판결 이전에 시장과 대중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기업의 생명이라는 사실이다. 침묵의 성벽 뒤에 숨어 위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구시대적 대응 방식으로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라는 거창한 비전을 실현할 수 없다. 국감 증인석은 피했을지 몰라도 대중의 날카로운 심판대는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