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보유자들의 매도·증여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의 세제 개편과 대출 규제 강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금을 피하려는 ‘선제 대응’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2일 서초구 A세무법인 관계자는 “올해 3월부터 부동산 관련 상담이 급격히 늘었고 최근엔 양도세·증여세 상담까지 다양해졌다”며 “상담자의 상당수가 50대 이상 장기 보유자”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도인 10명 중 6명이 50대 이상이었으며 6·27 대출 규제 발표 이후 30~40대 매도는 주춤했지만 50대 이상 매도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매물은 강남 3구와 주요 재건축 단지 등 핵심 입지에 집중됐다. 9월 기준 20년 이상 보유 주택 매도인 중 강남구(111명), 서초구(76명), 송파구(106명)가 두드러졌으며 양천구·영등포구·노원구·마포구 등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지역에서도 매도 사례가 많았다.
동시에 증여 건수도 급증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881건으로 전달보다 36% 늘며 2022년 5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가능성이 있다. 현재 1주택자는 최대 80%까지 양도차익 공제가 가능하지만 정부 안팎에서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혜택 축소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금 확보, 자녀 증여,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 등 보유자의 다양한 전략이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9월 126.4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여 시장에서도 ‘편법 증여’ 의심 사례가 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김종양 의원실이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부동산 거래 4760건 중 2779건이 의심 거래로 분류됐으며 이 가운데 1530건(55%)은 위법 증여가 추정돼 국세청 조사를 받게 됐다.
같은 기간 전국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2만6436건으로 전년보다 4.1% 증가했고 특히 서울은 5883건으로 19.8% 늘어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 집중됐다.
편법 증여는 저가 양도나 부담부증여를 활용한 절세가 대표적이다. 가족 간 거래는 시세 대비 30% 낮은 가격까지 허용되고 부담부증여 시 채무 이전분은 증여세 과세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실제 상환이 이뤄지지 않거나 생활비 지원을 병행하는 경우 변칙 증여로 의심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부가 보유세 인상과 부동산 불법 거래 단속을 강화할수록 조기 증여 수요와 편법 거래가 더 늘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세청은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 운영과 거래 자금출처 조사 확대를 예고했으며 정부는 국무총리 직속 ‘부동산 감독 추진단’을 신설해 상시 감시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