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지난 31일 대한민국 AI 산업의 미래를 건 중대 발표가 나왔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깐부치킨' 회동의 결과물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아닌 네이버의 차지였다.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함께 '피지컬 AI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전격 체결했다. 이는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국가 기간 산업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전략적 동맹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네이버가 축적한 로보틱스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엔비디아의 3D 협업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와 결합하는 것이다. 현실 세계를 가상 공간에 복제해 AI 시뮬레이션으로 최적의 해법을 찾고 이를 로봇과 설비 제어에 적용하는 'AI 공장장' 시대를 열겠다는 거대한 구상이다.
이해진 GIO는 “AI가 실제 산업 현장과 시스템 속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AI 시대의 단순 기술 소비국을 넘어 플랫폼 파트너로 도약할 가능성을 보여준 값진 성과다.
하지만 화려한 발표 뒤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더 선명해졌다.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였던 HBM(고대역폭메모리) 문제에 대한 안개가 걷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AI의 두뇌인 GPU를 ‘슈퍼카’에 비유한다면 HBM은 그 심장인 ‘특수 초고성능 엔진’에 해당한다. 이 엔진은 데이터를 상상 이상의 속도로 처리해 AI의 학습과 추론을 가능케 한다. 현재 이 특수 엔진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뿐이다. HBM이 엔비디아를 상대로 내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인 이유다.
하지만 슈퍼카 제조사 CEO인 젠슨 황은 한국에 와서 이 엔진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30일 행사에서 "한국에 대한 아주 좋은 소식을 갖고 있고 힌트를 드리자면 그 소식은 인공지능(AI) 그리고 로보틱스와 관련된 것일 것"이라며 기대감만 높였다. 정작 나온 결과는 ‘엔진을 계속 구매하겠다’는 기존 거래의 연장선에 그쳤다. 한국이 원했던 것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 다음 세대 슈퍼카를 함께 설계하는 ‘동업’ 관계로의 발전이었다.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AI 주권’ 확보, 즉 구조적 합의는 없었다.
문제의 핵심은 ‘한 명의 구매자와 두 명의 판매자’라는 불리한 구도다. 특수 엔진을 살 사람은 엔비디아 한 곳인데 팔 사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이다. 구매자는 아주 유리한 위치에 선다. 젠슨 황 CEO는 두 회사를 모두 방문하며 친밀감을 과시하고 은근히 두 회사의 경쟁을 유도하는 영리한 전략을 구사했다. 결국 ‘부품을 묶어 완제품을 비싸게 파는 엔비디아’와 ‘경쟁하느라 부품을 싸게 팔아야 하는 한국’의 구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18개월 시한폭탄’의 초침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반도체 업계에서 18개월은 기술 세대가 바뀌는 시간이다. 지금은 한국만 만들 수 있는 특수 엔진이지만 18개월쯤 뒤에는 미국의 마이크론 같은 경쟁사도 비슷한 성능의 엔진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 18개월이 바로 한국에 주어진 ‘골든타임’이다. 엔비디아가 우리 엔진 없이는 슈퍼카를 못 만드는 바로 지금 말이다.
이 시한폭탄이 무서운 이유는 18개월 뒤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HBM은 더 이상 특별한 부품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살 수 있는 평범한 부품이 된다. 협상력은 완전히 구매자인 엔비디아에게 넘어가고 우리는 가격 경쟁만 남는 ‘치킨게임’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골든타임에 했어야 할 일은 눈앞의 판매 계약이 아니었다. 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앞으로 나올 모든 슈퍼카는 우리와 함께 설계한다’와 같은 미래를 보장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한번 터지면 되돌릴 수 없는 시한폭탄의 신관을 제거하는 일이었지만 아쉽게도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깐부치킨’ 회동은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다. 네이버와의 '피지컬 AI' 동맹은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HBM을 활용해 다가올 미래의 종속을 피하고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는 또다시 물음표를 남겼다. 화려한 잔치는 끝났지만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18개월 뒤 우리가 지금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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