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납품업체들을 대상으로 ‘갑질’ 논란을 빚은 CJ올리브영(올리브영)이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피하게 됐다. 앞서 올리브영이 납품업체에 행사 독점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최대 6000억원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일부 혐의만 인정, 19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7일 공정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에 대해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18억96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납품업체에 대한 통지명령 포함)을 내렸다. 또 행사독점 강요 행위에 대해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
CJ올리브영은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납품업체와 특정 상품을 노출 효과가 큰 매대에 진열하는 판촉 행사를 진행하면서 랄라블라·롭스 등 경쟁사 행사에는 참여하지 말라고 납품업체에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할인 행사를 위해 싸게 납품받은 상품을 행사가 끝난 뒤에도 정상가로 판매하면서 정상 납품가와의 차액을 납품업체에 돌려주지 않았다. CJ올리브영이 이렇게 빼돌린 할인 차액은 8억원에 달했다.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는 납품업체의 의사와 상관없이 불필요한 정보를 떠넘기면서 정보처리비 명목으로 순매입액의 1∼3%를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CJ올리브영의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고 각각의 행위에 대해 법이 정한 최고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위원회에 상정된 심사보고서에는 올리브영 대표이사를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포함됐지만 위원회는 고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원회는 CJ올리브영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봐야 한다는 심사보고서 의견도 검토했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는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앞서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은 CJ올리브영을 H&B(헬스&뷰티) 오프라인 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고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심사보고서에 담았다.
심사보고서는 경쟁사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납품업체에 행사 참가를 보장해주고 광고비 등을 인하해준 CJ올리브영의 EB(Exclusive Brand) 정책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CJ올리브영의 H&B 오프라인 매장이 2014년 410개에서 2021년 약 1256개로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빠르고 EB 정책에 구속되는 브랜드 수도 급증한 점에 주목한 것이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는 법 위반 금액이 아닌 매출액 기준으로 과징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대규모유통업법 위반과 비교해 일반적으로 제재 수위가 높다.
하지만 위원회는 오프라인·온라인 판매 채널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다양한 화장품 소매 유통 채널이 역동적으로 성장·쇠락하는 상황에 비춰 CJ올리브영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관련 시장을 어디까지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 획정’에 대해서도 별도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다만 CJ올리브영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EB 정책도 확대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보고 무혐의가 아닌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심의절차 종료는 새로운 시장에서 시장 상황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 등 위원회 판단을 유보할 필요가 있을 때 내려진다.
CJ올리브영 측은 문제가 된 부분은 내부 시스템 개선을 이미 마쳤거나 곧 완료할 예정이라며 모든 진행 과정도 협력사들과 투명하게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중소기업 브랜드 중심의 K뷰티 유통 플랫폼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미처 살피지 못했던 부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중소 뷰티 브랜드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