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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총선] "현실 어떤지도 몰라" 공허한 약속에 산업 경쟁력 회복 '뒷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판세는 안갯속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검증을 넘어선 흠집 내기와 '막말' 논란에 올해도 여지없이 정책 대결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마저도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선심성 짙은 공약이 임기응변식으로 언급된다는 지적이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총선은 지난 20대 대선에 이어 국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분기점으로 지목된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방산, 자동차, 중공업과 중화학공업 등 업종마다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정책의 역할이 커진 탓이다. 기업이 '미래 대응'에 한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공약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야는 총선 체제 초입부터 기업인을 영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전문가인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서울 강남구병에, 같은 회사 출신 한정민 연구원을 경기 화성시을 선거구에 전략 공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자 출신이자 오랜 기간 현대자동차에 몸 담은 공영운 전 사장을 화성시을에 단수 추천하며 맞불을 놨다. 업종별로 영입 인재를 모두 합치면 20명에 이르는 기업인이 금배지 사냥에 나선다. 각 지역마다 특화 산업에 맞춰 후보들을 배치해 표심을 잡겠다는 뜻이지만 양상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기업인 출신 후보가 출마한 지역구에서조차 일시적인 재정 투입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여야가 격전지로 꼽은 수도권 '반도체 벨트'가 대표적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격전지인 경기 수원·화성·용인·평택을 겨냥해 각각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과 '반도체 메가시티'를 내걸었다. 보조금 지급과 투자 세액 공제,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연구개발(R&D) 지원 등 공약이 제시됐다. 그러나 세부 재원 조달 방안이나 근거가 뒤따르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같은 미래 산업을 지원하는 대책이 나온다는 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선언적인 내용에 그치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미국·일본·대만 등 각국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책을 쏟아내자 급조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한 마디로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첨단 산업도 문제지만 제조업 근간인 중화학공업 경쟁력 회복은 이번 총선 의제에서 벗어나 있다. 경북 포항에서 울산, 부산, 경남 창원, 전남 여수를 잇는 남동해안 '제조업 벨트'와 관련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수도권 반도체 벨트만큼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산업 구조 변화와 업황 악화로 지역 경제가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다. 산업단지 내 설비 노후화와 일자리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타 지역으로 인구 유출도 심각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원자력·방위산업 육성과 교통 인프라 건설을 내세웠고 민주당은 '동남권 메가시티'를 내놓은 정도다. 산업 정책 면면을 보면 '4차 산업 육성', '디지털 스마트 산단 전환' 같은 추상적인 표현만 등장하는 형국이다. 경남 창원의 한 유권자는 "창원공단(창원국가산단)만 봐도 문 닫는 공장이 천지인데 지역 이슈는 서울에서 다뤄주지도 않는다"면서 "문제가 뭐고 현실이 어떤지도 제대로 진단이 안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4-04-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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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축제] '봄의 전령' 무창포 쭈꾸미와 도다리 감칠맛 폭발
바다에도 봄은 왔다. 이 무렵 서해에는 짭쪼름한 훈풍과 함께 입맛을 돋울 수산물이 쏟아져 나온다. 겨울 방어가 물러난 자리는 숭어, 바지락 등이 차지하며 혀를 자극한다. 뭐니뭐니 해도 서해에서 봄의 전령은 쭈꾸미와 낙지, 도다리다. 충남 서해안은 봄철 쭈꾸미와 낙지, 가을철 꽃게와 대하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하다. 매년 3~5월이면 알이 꽉 찬 쭈꾸미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보령시 웅천읍에 있는 무창포항에서는 알배기 쭈꾸미와 낙지를 비롯해 광어(넙치), 도다리 같은 수산물을 비교적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무창포항과 접한 무창포해수욕장은 매년 이맘 때 쭈꾸미와 도다리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무창포어촌계 주최로 지난달 23일 개막한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쭈꾸미·도다리 대잔치'는 매년 관광객 수만명이 다녀가는 지역 대표 축제다. 지난 2000년 처음 열려 햇수로 25년을 맞았다. ◆맨손 고기 잡기에 어른 아이 없이 '초집중' 지난달 30일 방문한 축제장은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수산시장과 해수욕장 인근 주차장은 점심 무렵부터 차량으로 가득 들어차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해변을 산책하거나 부대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손녀, 3대가 함께 온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았다. 축제장 한가운데 유독 사람이 몰린 곳이 눈에 띄어 가보니 맨손 고기 잡기 체험을 하려고 줄을 서 있었다. 임시로 만들어 놓은 수조 주변으로는 구경하는 가족단위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고기 잡기는 축제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행사인 듯 보였다. 매일 오후 2시에는 어린이, 3시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안전을 위해 참가자 수는 선착순 어린이 40명, 성인 10명으로 제한됐다. 프로그램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수조 안을 보니 낙지와 도다리, 넙치를 비롯해 다양한 수산물이 깔려 있었다. 사람이 몰리면서 추가로 이들을 풀어 넣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첫 번째 순서로 어린이들이 입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예닐곱살쯤 된 아이부터 중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소매와 바지를 걷고 흰 목장갑을 낀 채 한 손에는 잡은 고기를 담기 위한 망을 들고 있었다. 팔딱이는 고기를 맨손으로 잡아야 해 다소 긴장된 듯했지만 몇몇은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수조에 들어선 뒤 진행자가 열을 센 뒤 호루라기를 불자 고기 잡기가 시작됐다. 사방으로 튀기는 물을 맞으면서도 고기를 잡으려는 손길이 분주했다. 함께 온 가족들은 저마다 고기 위치를 알려주기 바빴다. 처음엔 겁을 내던 아이들도 막상 승부욕에 불타올랐는지 한 번 잡은 고기를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 10여분쯤 지났을까. 어린이 참가자들의 손에는 각종 수산물이 한 망 가득 들려 있었다. 진행자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아이고 이렇게 많이 잡아버리면 원가도 안 나오것네(나오겠네)" 하면서 넉살을 떨기도 했다. 잠시 후 오후 3시에 시작한 성인반은 확실히 분위기가 남달랐다. 20대부터 60대 어르신까지 10명에 이르는 남성들이 팔뚝만한 고기와 사투를 벌였다. 어떤 참가자는 손에 통발이라도 달린 듯 민첩한 손놀림으로 고기를 쓸어 담았다. 이들의 기세에서 경쟁심이 느껴지면서도 어린 아이 같은 모습도 보였다. ◆알이 꽉 찬 쭈꾸미·고소한 도다리에 감탄이 절로 맨손 고기 잡기 체험과 더불어 축제의 한 장을 장식하는 프로그램은 '신비의 바닷길 체험'이다. 바닷물이 빠졌을 때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약 1.5㎞ 떨어진 석대도까지 길이 열린다. 조수간만 차가 큰 서해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한 달에 대여섯 번 정도, 많아야 열 번쯤 보는 진귀한 장면이다. 이날은 아쉽게도 물때가 맞지 않아 직접 볼 수 없었다. 이종길(54) 무창포어촌계장은 "음력 그믐이나 보름 때 바닷길이 열린다"며 "석대도 바닷길은 우리 마을 자랑거리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 어촌계장은 "길이 생기는 날이면 어떻게들 알고 오는지 서울서도 많이 찾아주신다"고 밝혔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오자 인근 무창포수산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본격적으로 쭈꾸미와 도다리를 맛볼 차례다. 요즘 축제장이나 수산시장마다 바가지 논란으로 말이 많지만 무창포수산시장은 이런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이곳 상인들은 가격 흥정보단 덤으로 무엇을 주는지로 손님을 모았다. 쭈꾸미 1.2㎏과 도다리 1.5㎏을 골라 구매한 뒤 2층에 있는 식당으로 올라갔다. 쭈꾸미는 보통 볶음으로 많이 먹지만 이때쯤이면 샤브샤브로도 즐겨 먹는다. 사실 '쭈꾸미'는 비표준어이고 '주꾸미'가 어법에 맞다지만 쭈꾸미든 주꾸미든 먹는 사람 입장에선 맛만 좋으면 그만이다. 양푼 한가득 담긴 쭈꾸미를 보고 조금 놀랐다. 서울에서 먹던 것과는 크기가 달라서다. 쭈꾸미인지 낙지인지 헷갈릴 정도로 씨알이 굵었다. 미나리와 냉이 등 봄 채소와 육수가 담긴 냄비에 꿈틀거리는 쭈꾸미를 담가 몇 분간 끓였다. 먹기 좋게 잘라 채소와 함께 고추냉이 푼 간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쫄깃한 식감과 짭쪼름한 감칠맛에 감탄이 나왔다. 쌀알 같은 알이 꽉 찬 대가리는 씹는 맛이 독특했다. 일명 '세꼬시', 즉 뼈째 썰어 나온 도다리도 훌륭했다. 흔히 알고 있는 도다리는 '문치가자미'란 생선이라고 한다. 가을 무렵 살이 오르고 기름이 끼면서 회로 먹기에 가장 맛있다고는 하지만, 봄에 그물에 걸려든 도다리(문치가자미)도 잘게 썰어 쌈채소와 먹으니 소주 안주로 그만이었다. 도다리 회는 씹을수록 고소하면서 풍미가 느껴졌다.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쭈꾸미·도다리 대잔치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축제 기간 맨손 고기 잡기 체험과 함께 마을 주민 노래자랑, 관광객 노래자랑, 신나리 품바 공연 등이 열린다. 이종길 어촌계장은 "쭈꾸미가 예년보다 많이 잡히지 않고 경기도 좋지 않아 어민들이 힘들었는데 축제 기간 각지에서 손님들이 와주시면서 소비가 확실히 살아나 다행"이라며 "많이 찾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2024-04-0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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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회장, 직원 포상에도 "고객 가치 실현"
LG가 '차별적 고객 가치'를 실현한 그룹 임직원에 상을 수여하는 'LG 어워즈'가 개최됐다. 고객 가치는 구광모 ㈜LG 대표(회장)가 2018년 취임한 이후 경영 철학으로 제시한 개념으로 고객 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선보여 LG만의 차별점으로 삼겠다는 뜻이 담겼다. 3일 LG에 따르면 전날(2일) 경기 이천시 LG인화원에서 열린 '2024 LG 어워즈'에는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수상자와 고객 심사단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LG는 구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19년부터 매년 차별적 고객 가치를 만들어 낸 사례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올해 6회째를 맞은 LG 어워즈는 지금까지 405개팀, 3300여명에 이르는 수상자를 배출하며 LG그룹 대표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올해부터는 동료 직원이 고객 가치 혁신 사례를 심사하는 '구성원 심사제'가 도입됐다. 지난해 신설된 고객 심사단은 기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뿐 아니라 주부, 직장인, 외국인으로 구성이 다양해졌다. 구광모 회장은 "LG 어워즈는 고객이 차별적 가치를 인정하고 임직원에게 주시는 상"이라며 "수상자들께서 이뤄 낸 혁신이 더욱 발전, 확산해 더 많은 고객에게 감동의 경험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구 회장은 "단지 최초·최고의 기술, 제품, 서비스 그 자체가 아니라 기대를 넘어선 경험, 그리고 예전과 비교할 수 없는 삶의 변화를 느꼈을 때 고객은 차별적 가치를 인정해 주실 것"이라며 "이것이 LG 어워즈가 추구하는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LG 어워즈에서는 최고상인 '고객 감동 대상' 4팀을 비롯해 '고객 만족상' 46팀, '고객 공감상' 48팀 등 총 98개 팀, 724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LG전자의 무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TV'가 심사단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어 고객 감동 대상을 받았다. 이밖에 친환경 재활용 필름 신소재를 개발한 LG화학 팀과 3단계 위생 가습기 'LG 퓨리케어 하이드로타워'를 기획한 LG전자 팀이 단체 분야 최고상을 받았다. 개인 분야에선 최성덕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팀장이 필수 난임치료제 공급 중단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공로로 고객 감동 대상을 수상했다. LG는 어워즈를 임직원 축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번 시상식에 앞서 LG 인화원에 모인 임직원들은 공연과 체험 등 다양한 부대 행사를 즐겼다. 이와 함께 LG전자가 지난 1월 공개한 가사 로봇 '스마트홈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등장해 춤을 추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행사장에는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인 '알파블'과 생활가전 사용 도우미 제품인 '컴포트 키트'가 함께 전시됐다.
2024-04-03 17: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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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JLR 올 뉴 디펜더, 우아함과 강인함 공존하는 '만능 플레이어'
운전 실력이 드러나는 순간이 여럿 있다. 막히는 길에서 끼어들 때, 좁은 골목을 비집고 갈 때, 그리고 주차할 때. 도시에서 차를 몰다 보면 이런 상황을 자주 겪게 된다. 진짜 운전 실력은 제한된 장소에서 검증이 이뤄진다. 서킷과 오프로드(험로)가 대표적이다. 웬만큼 경력 있는 운전자도 트랙에서 실수를 하고 웅덩이와 계곡, 바위와 진흙에서 애를 먹는다. 지난달 27일 강원 인제군 일원에서 만난 재규어랜드로버(JLR) '올 뉴 디펜더'는 험로 주행 장벽을 낮춘 차였다. 운전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아도 무난하게 험난한 지형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단한 차체와 노면 상태를 가리지 않는 하체, 지능적인 조향까지 3박자가 맞아떨어지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믿음을 줬다. ◆"한국의 자연을 즐길 최고의 차량" 디펜더는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와 함께 JLR코리아 판매량의 한 축을 차지한다. 지난 2020년 디펜더 110이 처음 출시된 이후 최근까지 누적 3300대가 팔렸다. 디펜더는 숏보디(단축) 모델 90과 롱보디(장축) 모델 110, 그리고 110에서 리어 오버행(뒷바퀴 중심에서 뒤쪽 끝까지 거리)을 늘린 130으로 구성돼 다양한 크기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각 차종마다 파워트레인(구동계), 내·외장에 따라 여러 세부 모델이 국내에서 판매 중이다. 이날 시승에는 디펜더 90부터 130까지 3종이 모두 투입됐다. 시승 전날(지난달 26일) 출시된 '디펜더 130 P400 아웃바운드'도 실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모델은 디펜더 130에서 3열 좌석을 삭제하고 레저 특화 사양을 추가한 5인승 차량이다. 이름에서 'P400'은 최고출력 400마력 가솔린(Petrol) 엔진이 탑재됐다는 의미다. 로빈 콜건 JLR코리아 대표는 시승 행사에서 "디펜더는 한국 고객의 니즈(needs)를 충족하는 모델이자 한국 지형에 매우 알맞은 차량"이라며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최고의 차량"이라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시승 전 행사장에 마련된 인공 구조물을 극복하는 체험을 했다. 전문 인스트럭터가 운전대를 잡고 기자가 동승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기자가 탑승한 디펜더 90은 시리즈 가운데 가장 작은 차량으로 축간거리(휠베이스)가 2587㎜로 짧아 어떤 형태의 구조물이라도 쉽게 넘었다. 오르막 진입 각도는 38도, 내리막 탈출 각도는 40도에 달한다. 차량이 급경사에 들어가자 하늘로 치솟으며 몸이 땅바닥을 향해 눕기 시작하더니 고갯마루를 살짝 지나자 아래로 꽂힐 기세였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아찔했다. 앞뒤 범퍼는 바닥에 닿지 않았다. ◆온로드에도 강한 '오프로드 머신' 동승 체험을 마친 뒤 디펜더 130 D300 X-다이내믹 HSE 차량 운전석에 앉았다. 이 차는 디펜더 130 P400 아웃바운드에 앞서 출시된 모델로 최고출력 300마력 디젤 엔진이 탑재되고 3열 좌석을 갖춰 승차 정원이 8명이다. 디펜더 130 제품군은 내·외관을 대부분 공유하는데 흔히 '오프로드 머신'으로 불리는 차량들 중에서도 고급스러움이 돋보였다. 동시에 단단하면서 두꺼운 손잡이를 곳곳에 배치하고 앞좌석 가운데에 너트 형상을 의도적으로 노출해 특성에 걸맞은 느낌을 줬다. 운전대는 일반적인 SUV보다 컸다. 기룡산 임도로 향하는 10㎞쯤 되는 일반 도로를 달리며 정숙성에 놀랐다. 오프로드 타이어를 끼웠는데도 시속 100㎞ 가까운 고속에서 노면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엔진 소리는 계기반을 보기 전까지 디젤차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했다. 승차감은 SUV 수준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세단보다 나았다. 과속방지턱을 비롯한 요철을 평지 지나듯 넘었다. 노면 상태가 나쁘더라도 탑승자에게 전해지는 충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프로드 차량에 대한 편견이 부서졌다. 임도 진입을 앞두고 흙구덩이와 둔덕, 계곡을 지났다. 인포테인먼트 화면 아래 다이얼을 돌려 주행 모드를 진흙길 주행에 알맞게 바꾸고 서서히 차량 머리를 들이밀었다. 높이 차이가 큰 사면인 데다 눈이 녹아 길이 미끄러웠다. 차가 거의 뒤집어질 듯한 지형이었는데도 통제력을 잃지 않고 부드럽게 극복했다. 진입 또는 탈출 지점을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거친 물살 헤치는 실력에 '감탄' 오프로드 코스는 개울로 이어졌다. 맑은 물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선두 차량이 입수하고 얼마 지나자 물살이 바퀴를 집어삼키는 게 보였다. 키 180㎝ 남성 기준 골반 높이쯤 물에 잠겼다. 뒤따라 들어가니 차 문 바깥으로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 '도강' 기능을 실행하자 센서가 물 깊이를 감지해 화면으로 보여줬다. 물살을 가르는 움직임이 눈과 귀로 사정없이 전해졌다. 디펜더는 수심 0.9m까지 견딜 수 있다. 불현듯 작년 장마철 침수된 서울 강남 도로를 유유히 달리던 광경이 떠올랐다. 냇물에 목욕재계한 디펜더 무리는 비포장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길은 진흙과 자갈, 돌덩이로 가득했다. 최고 시속 50㎞에 육박하는 거친 주행에도 차는 끄떡없었다. 앞선 온로드(포장 도로)에서 워낙 승차감이 편안한 탓에 거친 길에서는 괜찮을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돌덩이를 지날 때 충격을 말끔히 걸러내주면서 조향이 매우 안정적이었다. 각종 최신 기술이 다 들어간 덕분이라고 했다. 실시간으로 노면 정보를 읽어들여 서스펜션(현가장치)이 충격에 능동적으로 반응한다는 설명이다. 내리막에서 탄력에 의해 너무 속력이 붙지 않도록 해주는 '휠 디센트 컨트롤'은 브레이크를 자주 조작할 필요가 없어 유용했다. 디펜더 130은 튼튼한 뼈대와 기민하고 활동적인 하체로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차였다. 원가 대부분을 여기에 쓴 듯한 인상을 줬다. 프레임(차대)에 섀시를 얹은 '보디 온 프레임'이 아닌 뼈대와 섀시가 일체형인 '모노코크' 방식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모노코크는 바퀴로 전해지는 충격이 너무 크면 차체가 뒤틀릴 수 있다. JLR코리아 측은 차체 강성과 서스펜션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했다. 온·오프로드 어디서든 발군의 실력을 뽐내는 디펜더는 '올인원'이다. 도심형 패밀리 SUV로도 손색이 없을 뿐더러 캠핑이나 레저는 더 말할 나위 없었다. 이렇게 접근한다면 1억원 넘는 가격이 납득은 된다. 차를 2대 살 필요가 없다는 뜻에서다. 올 뉴 디펜더 시리즈 가격은 △90 1억3640만~1억380만원 △110 1억760만~1억4600만원 △130 1억3870만~1억4380만원.
2024-04-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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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 구자은 회장, 안정·성장 동시에…'양손잡이 경영' 속도
LS그룹이 안정적인 혁신을 추진한다.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사업군에서 갖춘 역량을 무탄소 전력(CFE)과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으로 한층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주력 분야와 신사업의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양손잡이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일 LS그룹에 따르면 구자은 회장은 지난해 '비전 2030'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는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비전 2030은 2030년까지 자산을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로 LS그룹의 성장 전략이다. △제조 안정화와 압도적인 제조 경쟁력 확보 △신사업·신시장 개척을 선도할 인재 확보·육성 △경영철학 'LS파트너십' 재무장이 핵심이다. ◆구자은 '현장 경영' 속 계열사 '일사분란' 구 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를 직접 방문하며 원천 기술과 인공지능(AI)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LS만의 미래 혁신 기술을 창조해 나가자"며 "어떠한 미래가 오더라도 AI, 소프트웨어 등 영역에서 협업과 기술 혁신으로 10년, 그 이후의 장기적 관점에서 충분히 대응 가능한 사업 체계를 갖추고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LS그룹은 지난달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 참가해 배터리 관련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 구 회장은 인터배터리 현장도 직접 챙겼다. "전기차 소재부터 부품, 충전까지 수많은 기업이 지난해보다 더 발전된 기술로 무장한 것을 보니 LS 또한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정진해 미래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LS는 주요 계열사가 보유한 전력·에너지 사업 기반을 십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오랜 경험을 살려 배터리 소재와 전기차 부품, 충전 솔루션, 친환경 에너지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전력 케이블 업체 LS전선은 해상풍력 발전 핵심 수혜 기업으로 최근 행보가 매섭다. 지난해 5월 네덜란드 테네트로부터 2조원대 유럽 북해 해상풍력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공급 계약을 따낸 데 이어 지난해 말 이와 관련한 1조5000억원 규모 본계약 2건을 체결했다. 글로벌 해저 케이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올해도 수주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LS전선은 구리선 대신 구리 조각을 동박 원재료로 사용하는 신소재 '큐플레이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큐플레이크는 원재료 가공 공정을 줄여 제조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LS전선 자회사 LS머트리얼즈는 '차세대 이차전지'로 불리는 울트라 커패시터(UC)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형 UC 제품 세계 1위의 점유율과 기술 경쟁력을 자랑한다. UC 이외에 알루미늄 소재·부품, LS알스코를 통한 수소연료전지 사업도 육성하며 꾸준히 실적을 쌓고 있다. 오스트리아 하이(HAI)와 지난해 합작한 하이엠케이(HAIMK)는 2025년부터 전기차용 알루미늄 배터리 케이스 부품을 생산한다. 지난해 LS전선 자회사로 편입된 LS마린솔루션은 해상풍력 포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해상풍력 시장으로 떠오른 대만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전기차 핵심 부품인 구동 모터 분야로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LS에코에너지는 지난 1월 베트남 광산 업체와 희토류 산화물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2월에는 유럽 1위 영구자석 업체인 독일 바쿰슈멜츠와 합작법인(JV) 설립에 합의했다. 두 회사는 2027년부터 연 1000t 규모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생산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전기를 동력으로 바꾸는 핵심 부품이다. 영구자석 생산 업체는 중국 업체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 10여곳에 불과하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힘입어 네오디뮴 수요는 올해 15만t에서 2030년 40만t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LS에코에너지는 원광→산화물→금속·합금→영구자석→전기차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공급망 완성…농기계 투자도 활발 LS일렉트릭은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를 비롯한 전력 공급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미국과 영국에서 총 3건에 이르는 BESS 공급·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도입할 배터리 팩 제조 신공정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고 제조 자동화 솔루션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LS일렉트릭의 전기차 부품 자회사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중국에 이어 멕시코에 두 번째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멕시코 두랑고에 연면적 3만5000㎡ 규모 생산 공장을 짓고 릴레이와 배터리차단장치(BDU) 등 전기차 부품을 생산한다. LS일렉트릭에 따르면 북미 시장에서 연간 7000억원 수준의 매출이 예상된다. 비철금속 소재 기업 LS MnM은 배터리 핵심 원료인 황산니켈 생산에 뛰어들었다. 그에 맞춰 울산 온산제련소(EVBM온산)에 6700억원, 새만금 국가산단에 1조1600억원을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LS MnM은 2029년 황산니켈 6만2000t(전기차 약 125만대 규모)을 생산한다. 이는 엘앤에프와 합작한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LLBS)'이 생산하는 전구체에 쓰인다. 이렇게 되면 황산니켈→전구체→양극재→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완성에 한 발짝 가까워진다. 농기계 회사 LS엠트론은 자율작업 트랙터 상용화와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초 경북 김천시에 국내 최초 자율작업 트랙터 체험장인 '동부 메가센터'를 설립했다. LS엠트론 자율작업 트랙터는 별도 조작 없이 전·후진과 회전, 작업기 연동을 수행해 무인 농업 시대를 앞당길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작업 시간은 25% 단축되고 수확량은 8% 증가하는 등 농업 생산성 향상도 기대된다. 가스 충전 사업이 주력해 온 E1은 수소,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으로 발을 넓혔다. 현재 경기 과천과 고양, 서울 강서구에 LPG·수소 겸용 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22년에는 'LS 이링크(E-Link)'를 설립해 전기차 충전 서비스도 선보였다. E1 과천 복합충전소에서는 LPG·수소·전기차 충전이 모두 가능하다.
2024-04-01 16: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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