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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2000억 'G'(녹색) 채권 발행 추진...'C'(탄소) 줄인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21-01-19 17:43:27

탈황시설 등 저탄소 설비 투자 용도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현대오일뱅크가 대규모 녹색채권을 발행한다. 지난해 선언한 ‘탄소 중립’에 박차를 가하는 격이다. 탄소배출 주범으로 주목되는 정유·화학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기업공개(IPO) 과정도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자금줄을 담당하는 만큼 이번 ESG채권 발행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일 2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만기는 3년(600억원)·5년(700억원)·7년(300억원)·10년(400억원)으로 구성됐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원으로 증액발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에 각각 –0.3~+0.3%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주관업무는 KB증권이 단독으로 담당한다.

이번에 발행되는 채권은 전부 녹색채권(Green Bond)이다. 녹색채권은 ESG채권(SRI채권) 중 하나다. 조달한 자금은 전량 탈황시설 설치, 이산화탄소 및 대기오염 물질 저감시설 설치, 에너지효율 증대 등을 위한 환경개선 설비투자에 쓰인다.

올해 들어 일반기업이 발행한 ESG채권은 장기물 중심이다. 금리 수준을 낮추는 효과도 있지만 향후를 대비해 발행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 혹은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오일뱅크가 ESG채권 시장에 첫 발을 들이는 동시에 발행 사채 전량을 녹색채권으로 구성했다는 점은 시장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상반기 탄산칼슘을 제조하는 친환경 기술을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부산물을 사용해 ‘탄소 중립’에 한걸음 더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석회석을 가공해 탄산칼슘을 만드는 것보다 원가경쟁력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상용화 시도는 업계 최초라는 점에서 ‘그린기업’으로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기업 아람코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보유한 2대주주다. 아람코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쓰오일도 이전부터 ‘탄소 경영 시스템’을 가동해왔다. 아람코 또한 탄소 저감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다.

통상 정유·화학 기업은 탄소배출 주범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현대오일뱅크의 탄소경영과 이번 ESG채권 발행 성공 여부는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프리IPO(사전 기업공개)로 일단락된 상장 절차를 재가동할지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8년 회계 감리 이슈로 철회됐지만 그룹 지배구조 개편(대우조선해양·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등)의 자금줄이자 안정적 체제를 위해 IPO는 필수다. 탄소 경영을 통해 ESG채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새로운 성장 모멘텀 부각에 따른 성공적인 상장이 기대된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발행 채권 전부를 녹색채권으로 발행했다는 점은 그만큼 탄소 경영에 자신 있다는 뜻 아니겠냐”며 “이러한 기조가 지속되면 상장 재시도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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