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동일인 지정제도 개선과제 건의'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건의서에는 △동일인 지정 △동일인 관련자 범위 △과도한 형벌조항 △공정거래위원회 지침(안) 등 4개 분야에서 8건의 개선과제가 담겼다.
동일인 지정제도는 그룹 총수가 누구인지를 정부가 지정하는 것으로 지난 1986년 기업집단 규제와 함께 도입됐다. 이 제도는 자산 5조원이 넘으면 대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총수로 정해 각종 신고와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는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말부터 이달 20일까지 관련 지침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지침안은 동일인 판단 기준, 동일인 변경, 동일인 확인 절차 등을 새로 정하고 있지만 대한상의는 더 나아가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상의는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동일인 명칭을 변경하고 법률에 정의 규정과 지정 절차 위임 조항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동일인 명칭을 처음 사용하던 당시에는 그룹 총수가 여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어 동일인 명칭이 현실에 부합했다. 다만 지금은 그룹 총수가 2개 이상 기업의 CEO를 맡는 경우가 흔치 않고 대부분 기업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한상의는 기업집단 지정자료 미제출과 관련해 형벌을 부과하는 방식을 개선해 줄 것을 주문했다. 친족이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동일인을 처벌하는 것은 형벌의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외에도 기업집단에 동일인 유형 선택권 부여, 동일인관련자 범위에서 사외이사 제외, 동일인관련자 범위에서 비영리법인 임원 제외, 공익재단의 기업집단 편입기준 완화, 동일인 판단기준 구체화, 동일인 변경시 기업집단 범위 변경절차 추가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동일인 지정제도가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되지 않도록 예측가능성과 기업 수용성을 고려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