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30년 전기차 420만대 보급을 위해 충전 시설을 123만기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차 충전 기반 시설(인프라) 확충 및 안전 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전기차 차주들의 충전 관련 불편을 덜기 위해 주거지역과 생활거점에 완속충전기를, 고속도로 등엔 급속충전기를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충전 시설을 확충해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다만 급속도로 증가한 전기차와 충전 시설에 의해 송전망이 과부하에 걸릴 가능성이 함께 제기됐다. 계획대로 420만대의 전기차가 충전하는 시대가 도래했을 땐 충전 시설로 전기를 공급할 송전망이 모자라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전기차의 전기 사용량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의 경우 1회 충전 시 약 53~77킬로와트시(kWh)가 소모되는 데 이는 1인 가구의 한 달 전기 사용량(약 67~190kWh미만)과 비슷하다. 즉 전기차를 3회 충전했을 땐 1인 가구의 한 달 전기 사용량보다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셈이다. 국내 운전자들의 1년 평균 주행거리는 약 1만4000km로 1년동안 전기차가 소모할 전력은 약 2200kWh로 예상된다.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 등의 영향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엔 13만4962대, 올해 상반기(1~6월)엔 누적 등록 45만1000여 대를 기록했다. 또 전기차 상당수가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가 9만624대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서울 6만3807대, 제주 3만5619대, 인천 3만905대로 제주를 제외한 수도권 지역이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기차의 수도권 쏠림은 송전망의 과부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은 반도체·데이터센터 등이 밀집됐고 필요 전력을 원전, 태양광, 풍력 등의 발전소가 몰린 동해안이나 남해안 일대에서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력 수요·공급 불일치를 해소하려면 송전선로를 깔아야 하는데 단기간에 확충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송전망 건설은 통상 7~8년이 걸리는 데 지역 주민 반발로 협의 과정이 필요하게 되면 시간은 더 걸릴 수 있으며 비용 역시 늘어나게 된다.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송전망 확충을 위해 2036년까지 무려 56조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