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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시승기] 푸조 408, 조각 몸매가 매력적인 '팔방미인' 크로스오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4-03-28 06:00:00

세단인 듯 SUV인 듯 독특한 외관 연출

3기통 1.2ℓ 가솔린 엔진 장·단점 뚜렷

앞쪽 무게 덜어내며 코너링 능력 극대화

개성 확실한 성격으로 2030세대 공략

푸조 408 앞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푸조 408 앞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승용차 시장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세단이 양분한다. 왜건, 해치백은 설 자리가 없고 그나마 쿠페형 SUV가 작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르를 해체하는 발칙한 차들이 종종 등장해 주목을 받는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런 차를 '크로스오버(crossover)'라고 이름을 붙였다.

푸조가 지난해 출시한 '푸조 408'은 유럽계 브랜드에서 나온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차량이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어느 범주로도 구분짓기 어려운 덕에 장르 해체라는 정의에 가장 잘 맞는 차가 됐다. 지난 22일부터 나흘간 670여㎞를 주행하며 푸조 408만의 뚜렷한 색깔을 엿볼 수 있었다.

푸조 408은 이름에서 보듯 SUV는 확실히 아니다. 푸조는 세 자리(세단·해치백) 또는 네 자리(SUV) 숫자로 모델명을 부여하는데 푸조 408은 세 자리 숫자를 받았다. 소형 해치백인 308과 중형 세단 508 사이에 있으면서 둘의 특성을 조금씩 섞었다.
 
푸조 408 옆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푸조 408 옆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외관은 앞서 출시된 3세대 푸조 308과 상당히 흡사했다.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주간주행등(DRL)은 날카롭고 차체 색상과 검정색이 촘촘하게 반복되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강렬한 인상을 줬다. 뒷모습은 사자 발톱을 나타낸 리어램프(후미등)에서 브랜드 정체성이 잘 드러났다.

전체적인 형상은 마치 칼로 깎아낸 듯했다. 전후좌우 사방에 짙은 선과 각진 면이 도드라졌다. 이러한 모습은 푸조 408 시그니처 색상인 옵세션 블루와 가장 잘 어울렸다. 이 색상은 보는 각도나 빛의 양에 따라 푸른색으로 보이다가도 어떨 땐 녹색에 가까웠다. 색깔 하나는 정말 잘 뽑았다 싶다가 행여 긁기라도 하면 도색하기 만만치 않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실내는 영락없는 푸조였다. 다른 브랜드 차량보다 작고 유달리 낮게 자리 잡은 운전대는 푸조만의 상징이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배치된 중앙 디스플레이와 조작부, 직선과 곡선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대시보드는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푸조 차량의 상징인 피아노 건반 버튼은 새롭게 다듬어져 계승됐다.
 
푸조 408 실내 앞좌석 사진성상영 기자
푸조 408 실내 앞좌석 [사진=성상영 기자]
운전석에 앉았을 때 느낌은 익숙하진 않았다. 눈높이가 세단보다는 높고 SUV보다는 낮아서인 듯했다. 그러나 계기반과 운전대 위치가 낮아 시야가 탁 트였다. 좌석은 중형급 이상 차량보다 확실히 작게 느껴졌는데 몸을 꼭 맞게 잡아줬다. 덩치가 큰 사람은 조금 빡빡할 수 있겠다.

중앙 조작부에서 눈에 띈 곳은 'i-토글'이었다. 인포테인먼트 화면 아래 터치스크린으로 구현된 패널에서 전화, 공조, 스마트폰 연동, 미디어 등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구성을 바꿀 수 있는데, 단순히 바로가기 아이콘 대신 그 자체를 공조 조작 패널로 바꾸거나 미디어 위젯으로 쓰는 등 활용도를 높이면 더 좋을 것 같다.

푸조 408은 차체 크기가 국산 준중형 세단과 비슷하다. 그런데 용감하게도 배기량 1.2ℓ, 그것도 3기통 엔진을 넣어놨다. 디젤 맛집으로 쏠쏠하게 재미를 보다 환경 규제에 못 이겨 다운사이징(축소) 전문점으로 업종 변경한 모양이다. 1.2 가솔린 터보 엔진은 앞서 푸조 3008에 들어가 나쁘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
 
푸조 408 실내 뒷좌석 사진성상영 기자
푸조 408 실내 뒷좌석 [사진=성상영 기자]
처음 300㎞ 정도 탔을 땐 단점이 더 많이 느껴진 게 사실이다. 엔진 음색이 디젤차처럼 거칠고 낮은 회전수(rpm)에서 진동이 적나라했다. 엔진 소리야 흡음재를 더 쓰면 되고 진동은 엔진마운트라는 부품을 보강하면 될 일이지만 그러면 무게가 늘어나고 결국은 더 큰 엔진으로 가야 한다. 오히려 초반 가속이나 고속 영역에서 밀어주는 힘은 큰 문제가 없었다.

정차했을 때 시동을 자동으로 껐다가 출발할 때 다시 걸어주는 ISG도 좀 아쉽다. 같은 기능을 탑재한 다른 차들과 비교해 ISG가 작동할 때 이질감이 크다. 작동 시점이 너무 빨라 더 부각될 수도 있겠는데, 차가 완전히 멈추기 전 시속 3~5㎞까지 떨어졌을 때 엔진이 멈춘다. 거의 정지할 듯하다 앞 차가 출발해 다시 속력을 높이려면 제법 크게 울렁거린다.

반대로 엔진 체적을 줄인 덕분에 얻는 이점도 분명했다. 확실히 기름을 적게 먹는다. 시속 100㎞로 정속 주행하면 순간 연비가 ℓ당 20㎞ 이상을 꾸준히 보여줬다. 총 주행 중 약 40%는 고속도로, 50%는 일반국도, 10%는 극심한 정체 구간이었는데 트립 컴퓨터상 평균 연비는 ℓ당 15.3㎞였다.
 
푸조 408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성상영 기자
푸조 408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성상영 기자]
다운사이징 효과는 일반적인 운전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곳에서 드러났다. 급선회 구간에서 속력을 많이 안 줄여도 중심을 잘 잡고 갔다. 한 마디로 코너링이 좋다. 180도로 돌아나가는 곳을 빠르게 꺾었는데 '끽' 하는 타이어 소리가 안 났다. 내리막 곡선에서는 엔진 무게 때문에 앞으로 쏠리며 균형을 잃어버리곤 하는데 엔진이 작아서인지 그런 현상이 없었다.

이는 유럽과 한국 운전자 사이에 호불호를 가르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자동차 시장의 오랜 통념에 비춰 보면 푸조 408의 약점은 유럽 운전자에게 별 문제가 아니고 강점은 한국 운전자에게 와닿지 않는다. 최근 한국에서 2030세대는 성향이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견해가 있다. 그래서인지 푸조는 MZ세대를 타깃으로 삼았다.
 
푸조 408 뒷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푸조 408 뒷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개성 넘치면서 매력적인 외관과 믿음직한 운동 성능에 비하면 공간에 관한 이야기는 부수적일 듯하다. 넓지는 않지만 좁지도 않다. 딱 준중형 세단 내지는 소형 SUV 수준이다. 의외로 적재 용량은 기본 536ℓ로 동급 차량보다 큰 편이다. SUV의 활용성을 원하지만 낮게 깔린 차를 원한다면 푸조 408이 제격이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앞좌석 마사지 기능은 되는데 한국인이 좋아하는 통풍 기능은 없다는 점이다.

국내에는 알뤼르(4290만원)와 GT(4690만원) 두 가지로 판매된다. 기본 트림(세부 모델)인 알뤼르에서는 선루프와 자동 상향등(오토 하이빔), 차로 유지 보조, 전동식 트렁크, 마사지 시트 등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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