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햄프셔주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보잉 777-9 20대와 보잉 787-10 30대(옵션 10대 포함) 도입을 위한 구매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이사회 승인 등 절차를 거치며 변동될 수 있다고 23일 공시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미국에 ‘완전한 승인’을 받기 위해 최근 항공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미국 보잉의 항공기를 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라는 시각이 나왔다.
보잉은 지난 7일(현지시간) 과거 2건의 보잉 737 맥스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미 법무부와 유죄를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법원이 유죄 합의를 승인하면서 벌금 4억8720만 달러(약 6730억원)을 추가 납부하기로 하면서 100년 넘게 쌓아온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에 올해 초에는 세계 항공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까지 경쟁사 에어버스에 내주게 됐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국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에 쐐기를 박으려는 정치적인 목적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잇단 사고로 보잉의 신뢰가 땅으로 떨어지면서 전 세계 항공사들이 보잉 항공기 주문을 주저하는 상황에서 미국 보잉과 경쟁당국에 대한항공이 힘을 실어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공식 석상에 직접 나서 체결한 MOU인 만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내부적으로는 기정사실화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은 지난달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10월 말까지 미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완전한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 바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이 그간 경쟁당국이 요구하는 모든 조치를 취해왔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특정 채널을 통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10월이라고 못박은 점에서 그때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항공은 지난 3월 에어버스 A350 33대를 신규 도입한다고 발표하며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염두에 두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A350-900은 아시아나항공의 주력 항공기로, 대한항공은 A350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