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이 원장은 비협조적인 큐텐 측을 양치기 소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금 추적이 급선무라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의견에 이 원장은 "자금은 확인 중인데 최근 금감원에 보여준 (큐텐과 계열사의) 행동과 언행을 볼 때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가 있다"면서 "자금 추적 과정에서 드러난 불법 흔적이 있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해 놓은 상태고, 주요 대상자 출국 금지를 요청해 놨다"고 설명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2022년 금감원이 큐텐과 체결한 경영개선 업무협약(MOU) 자료 미제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원장은 "티몬과 위메프 개별 회사에 물어보면 그룹에서 결정하는 문제라 답하고, 그룹에 물어보면 본인들은 모르는 일이라 해서 동의를 받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티몬과 위메프 측이 이날 정무위에서 자료 제출 동의 의사를 밝히면서 국회는 관련 MOU 자료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앞서 국회 정무위는 금감원에 MOU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금감원은 비밀 유지 조항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MOU 체결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의 적극적인 감독 기능이 부재했다"고 지적하자 이 원장은 "미상환·미정산 금액을 별도로 관리하고, 추가로 신규 유입되는 자금의 일부분 별도로 관리해 달라는 등 다양한 요청을 했지만 제대로 이행이 안 됐고 (금감원 측에서도) 해당 부분 관련해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앞서 "티몬과 위메프에 1조3000억원 유동성 이슈가 발생했고 지난 2018년부터 계속 기업 불확실성이 드러났는데도 금감원 조치가 미비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원장은 "1조원 이상의 건전성·유동성 이슈가 있었던 점은 사실"이라며 "제21대 국회에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을 요청했지만 (개정이 이뤄지지 못했고) 금감원이 더 적극적으로 개정을 요청하지 못한 점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 원장은 큐텐 측에 "2023년 12월 미상환 금액 별도 관리를 요구하고 증거 자료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며 "(큐텐 측이) 그때 자금 관리 요청에 응해줬다면 지금과 같은 일이 안 생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 금감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점과 큐텐에 대한 감독이 소홀했다는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께 사과 말씀 다시 올린다"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피해 구제 대책의 실효성을 묻는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질문에 "당장 채무 관계가 정리 안 된 급한 상황에서 유동성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추가 조치할 게 있는지 관계 부처와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질의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감사원은 금감원을 감사해야 하고 담당 부서인 디지털금융혁신국에 대해서는 징계가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큐텐 테크놀로지 본사에 별도 검사반 6명과 기존 인력 4명 등 추가 검사반 10명을 파견했다. 조사 과정에서 소비자 상품 배송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알려져 소비자 결제 취소 절차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