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는 2일 미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추가 제재안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을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은 직접 중국에 HBM을 판매하기보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에 자사 HBM을 납품하면,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용 AI 가속기를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제재 품목에는 HBM2(3세대), HBM3(4세대), HBM3E(5세대) 등과 현재 생산되고 있는 최첨단 AI 메모리, 장비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 삼성전자가 38%, 마이크론이 9%로 3사가 사실상 독점 중이다.
이미 마이크론은 지난해부터 중국에 HBM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HBM 물량 대부분이 엔비디아로 흘러가고 있어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개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H20'에 극히 일부의 HBM3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전문가는 "HBM 매출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기에는 H20용 HBM3 비중이 극히 작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HBM3와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 중이다. 특히 가장 최신 제품인 HBM3E에 물량이 몰리면서 저사양용 HBM은 거의 만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아직 HBM3, HBM3E 수요가 없기 때문에 SK하이닉스는 직접적인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미국이 이르면 이달 말 공개할 대중 반도체 추가 통제 조치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칩 업체들이 중국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