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에 적용되는 관세율을 17.0~36.3%p 높이는 내용이 담긴 확정관세 결정 초안을 2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르면 다음달 EU 27개 회원국 투표로 관세 인상 방안이 확정되면 11월부터 5년간 중국산 전기차에 새로운 관세율이 적용된다.
중국에서 생산돼 EU로 수출되는 모든 전기차에는 신고 가격의 10%가 관세로 부과된다. EU는 지난달부터 기본 세율에 17.4~37.6%p를 더해 27.4~47.6%의 관세를 중국산 전기차에 매기고 있다.
집행위가 이번에 발표한 확정관세 결정 초안은 임시로 높인 세율을 재조정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새 관세율을 업체별로 살펴보면 BYD가 27.0%, 지리는 29.3%를 적용받는다. 가장 높은 46.3%의 관세를 내는 업체는 상하이자동차다.
이는 현재 시행 중인 임시 관세율보다는 소폭 낮아진 것이지만 중국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상계 관세 부과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EU가 이성적이고 실용적 태도로 실질적 조처를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관세를 매긴 데에는 중국 내 전기차 과잉 생산이 한몫했다. 한국무역협회(무협)가 21일 낸 '통상 리포트'를 보면 지난해 중국에서는 전기차가 총 954만대 생산됐다. 이 중 판매된 차량은 841만대에 불과해 113만대 초과 공급이 발생했다.
무협은 "중국은 수출을 통해 자국의 전기차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과 EU를 비롯한 주요국은 상계 관세와 세이프 가드(긴급 수입 제한) 등 중국의 공급과잉에 대응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더해 EU까지 중국을 상대로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에 미칠 파장을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며 가장 먼저 중국산 전기차 견제에 나선 바 있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를 확정하면 한국산 전기차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지난 2011년 발효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무역장벽이 중국 이외 국가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무협은 "미국과 EU가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을 넘어 모든 국가를 상대로 직접적인 수입 규제에 나선다면 한국의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