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여신금융협회에서 6개 카드사와 7개 캐피탈사,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등 총 15개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등 새로운 산업영역의 복잡한 지급결제 구조하에서 발생한 문제로 카드업권의 신속한 취소·환불이 이번 사태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지급결제 환경이 유통·금융간 융합에 따른 비대면·다단계 결제구조 확산, 비금융사업자 진출 등으로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현재 당면한 문제에 대한 제도개선과 함께 보다 근본적 제도 재설계 필요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카드업권은 국내 지급결제시스템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지급결제시스템 안전성 확보를 위해 보다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카드사들이 신용판매·카드대출 등 전통적 방식에서 더 나아가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으로 진화해 혁신적 결제와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정부도 소비자 편익 제고와 고객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하에 관련 규제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캐피탈업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채권 등 건전성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가장 우선인 상황인 만큼 PF 사업성 평가에 따른 부실채권 정리를 원활히 하고, 자본확충을 통한 충분한 손실흡수능력도 갖춰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정부도 원활한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추가적인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민간 자금이 더 공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벤처투자 시장은 외국에 비해 정책자금 비중이 매우 높은 구조라는 평가가 있다"면서 "신기술사업자는 벤처투자 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원활한 민간 자금 공급, 중개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여전업권은 성장성이 높은 신흥 해외 시장 진출에 큰 장점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해외 진출 시 업무영역 확대나 규제 개선을 위해 해외 당국과 협조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신업권별 건의 사항을 공유하는 시간도 있었다. 카드업계에서는 거래과정 단축과 거래비용 완화를 위한 카드사 지급결제 전용 계좌 운영을 허용해 줄 것을 건의했다. 또 최근 티메프 사태를 감안해 2차 이하 PG사에 대한 규율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공감하기도 했다.
캐피탈업계는 향후 렌탈 취급 범위 확대와 보험대리업·통신판매업 등 겸영 부수업무 확대를 건의했다. 신기술금융업계는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투자업종 제한 완화와 금융회사의 벤처펀드 출자 시 위험가중치 완화 등을 건의하면서 국내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신기술사업자의 해외진출 등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카드결제범위 확대와 지급계좌 발급 허용 등이 가능하다면 카드사가 금융혁신 추진에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캐피탈업계가 새로운 금융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신기술금융사가 다양한 혁신성장기업 지원을 통해 핵심 벤처캐피탈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합리적 규제개선과 정책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은행권을 시작으로 앞으로 약 한 달간 금융권역별 CEO 등 현장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나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4대 리스크(△가계부채 △소상공인 부채 △부동산 PF △중소금융권 건전성), 기업 밸류업 등 현안 및 금융산업 발전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