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뉴스심리지수(NSI)는 83.19를 기록했다. '뉴스심리지수'란 한은이 국내 언론사 경제 기사의 표본 문장을 매일 1만개씩 추출한 뒤 인공지능(AI)을 통해 긍정과 부정, 중립으로 분류해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초과하면 경제 심리가 과거보다 낙관적으로, 100 미만이면 비관적이란 의미다.
특히 이번 뉴스심리지수는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낮게 측정됐다. 지난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촛불집회가 시작된 11월엔 95.7,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12월엔 94.1까지 떨어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확정된 2017년 4월이 돼서야 100선 위로 올라왔다.
올 하반기 뉴스심리지수는 100 내외를 유지하고 있었다. 내수 부진 우려에도 한은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로 기대 심리가 회복된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지수가 급격히 떨어졌다. 3일에 1402.9원에 마감했던 원·달러 환율은 1442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로 최악까지 가진 않았지만 시장 심리는 크게 흔들렸다. 그러다 지난 7일 탄핵소추안 폐기로 정국 불안이 확대되자 환율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으로 인한 불안정이 장기화할 경우 소비 위축뿐 아니라 정책 공백까지 확대되면서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한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정치 불안은 경제 주체, 특히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과거 사례를 다시 보면 2016년 10월 말부터 소비 심리가 하강하다가 이후 정치 불안이 완화되면서 본격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모멘텀이 약화하는 국면인 만큼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책 집행력이 약화할 수 있는 점은 경기에 하방 요인"이라 분석했다.
앞서 한은은 기존 2.4%로 제시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여기에 이달 소비심리가 계속 악화할 경우 2.2%조차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잠재성장률(2.0%)보다 낮은 1.9%로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기 탄핵과 내년도 예산안 합의 처리 등 경제 불확실성을 제거할 빠른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박 전 대통령 사례처럼 탄핵이 확정되고, 정치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어야 경제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연말 소비나 투자 심리를 위축할 불확실성을 빨리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헌정 사상 최초로 여야 합의 없이 감액 예산안만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내년 추가경정예산안 추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내년 국고채 발행까지 겹쳐 시장 금리가 상승하게 되고, 이는 채권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단 우려가 이어진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예산안 여야 합의 처리는 정치·경제 상황이 정상적인가를 가늠하는 척도"라며 "내년 추경으로 이어지면 현재 경기 둔화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