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글로벌 기업들의 '줄서기'가 한창이다. 특히 정부 규제 리스크가 큰 빅테크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 형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은 취임식 기부금을 전례 없이 늘리며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례로 MS는 과거 취임식 기부금의 두 배를, 구글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기부금의 세 배 이상을 냈다.
이러한 배경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제조업 부활'을 기치로 내걸며 글로벌 산업 재편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 폐기, 미국 내 에너지 생산 확대를 위한 시추 확대 등을 공약하며 기업들에게 강력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어 기업들은 그의 한마디에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메타는 이 밖에도 '제3자 팩트체크'를 폐지하며 'SNS 자체 콘텐츠 검열 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트럼프 측의 입장에 보조를 맞췄다. 저커버그 CEO는 트럼프의 최측근인 데이나 화이트 UFC CEO를 이사로 영입하고 공화당 인사인 조엘 카플란을 글로벌 정책 책임자로 승진시키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불참하겠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그는 "직원 및 가족들과 설을 축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하면 축하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황 CEO는 과거에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적이 없지만 최근 AI 붐으로 급성장한 엔비디아의 위상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와 맞물려 그의 불참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AI 칩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며 중국을 겨냥하고 있어 엔비디아는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매출에서 미국 이외 비중이 56%, 중국 비중이 17%에 달하기 때문이다.
네드 핀클 엔비디아 부사장은 바이든 정부의 새 규제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경제에 해를 끼치고 미국을 후퇴시키며 미국의 적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뿐인 정책을 제정함으로써 취임할 트럼프 당선인을 선수 치지 말도록 권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CEO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AI 칩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논의 여부에 대해 "아직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 빅테크에 대한 조사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빅테크 규제법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라 착수한 모든 사건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조사 범위의 축소 또는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술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EU 규제가 과도하다며 개입을 촉구하고 있어 향후 EU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