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1400원 이상의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원자재 수입 비용이 늘어난 철강업계가 경영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최근 고환율 상황과 지난달 말 시행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철강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환율이 폭주하는 상황에 원자재 비용 부담이 커졌지만 제품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부분에 있다. 이와 함께 △국내외 철강 수요 부진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 △노조 파업 리스크 등이 겹쳐 업황이 급격히 침체됐다.
철강사는 업종 특성상 원자재를 수입하고 국내 공장에서 에너지를 투입해 가공한 제품을 판매한다. 철광석 등 원자재는 달러로 결제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올라 비용 부담이 크게 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은 지난 8월 초부터 급격히 올라 지난 9월 28일 1440원까지 도달했다.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5일 오후 기준 고점 대비 다소 내려온 1415~18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동안 철강업계는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 등으로 비용 상승에 대응해왔지만, 3분기(7~9월)에는 이같은 조치가 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전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불확실성과 지난 8월 폭우 등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된 상황에서 주요 수요처들이 적극적인 구매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일부터 적용되는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도 쐐기를 박은 모양새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10월부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2.5원 추가 인상하고 산업용은 공급전압에 따라 기존 인상분까지 최대 11.7원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전기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지난달 초 수해를 입은 뒤 1973년 쇳물을 생산한 이후 처음으로 조업이 중단됐고, 철강산업단지 내 30% 업체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로 3기는 모두 정상 가동에 들어갔지만 선재 및 냉연공장 일부가 가동이 중단돼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계획보다 복구가 늦어졌다"며 "이달 말까지 1열연과 3후판·1선재·1냉연 공장을, 11월 중으로 2후판과 강편, 3·4선재 공장을, 12월 중으로 2열연과 2선재, 2냉연, STS(스테인리스강)2냉연 공장 등을 단계적으로 재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이외 STS1냉연과 1전기강판, 도금, 1후판 공장은 내년 초에나 복구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노조의 파업도 악재 중 하나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3월부터 사측과 임금 인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다른 계열사와 같은 수준으로 특별격려금을 달라고 요구하며 제철소 점거와 함께 게릴라 파업까지 진행 중이다.
철강업계에 닥친 여러 악재로 산업계 전반적인 피해도 예상된다. 현재는 수요 위축 부담으로 철강재 가격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지만 경영 악화가 지속되는 경우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에서다. 이미 지난 9월 이후 열연강판과 스테인리스 등 일부 철강재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해 4월과 가격 수준이 비슷하게 전개되는 등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부담에 전기요금 인상으로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대응하기 벅찬 만큼 정상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