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에너지 관련 기업은 정유사를,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 이익을 얻은 기업에 세금을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초과이윤세를 뜻한다.
국내 대표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이어진 고유가 상황으로 이익 구조가 크게 늘었다. 이에 야당은 낮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를 정제해 고가로 판매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며 정유사들을 상대로 횡재세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의 주장에는 큰 오류가 숨어있다. 바로 '불로소득'이다. 불로소득은 노동한 대가로 얻는 임금이나 보수 이외의 소득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일하지 않고 얻는 이익을 말한다. 정유사가 일하지 않고 이익을 봤던가.
'횡재'라는 말도 지나친 비약이다. 횡재란 우연치 않게 재물을 얻었을 때나 일컫는 말이다. 영리 추구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이 목적을 달성했다는 이유로 횡재라는 단어를 붙이기엔 빈약한 논리다. 그런 논리라면 복권 당첨자에게도 횡재세를 걷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이미 기업(법인)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한다. 누진세율을 적용받아 수익이 늘수록 세율도 증가한다.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인 대기업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은 24%에 달한다.
여기에 정유사 한정으로 횡재세를 부과하면 이중과세나 다름 없다. 대외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늘어난 정유사 수익도 정당한 경영 활동의 결과일 뿐이다.
다른 업종 기업들은 대외환경으로 수익 구조가 변해도 추가적인 세금을 내지 않는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다른 업종도 많은데 정계는 유독 정유사만 괴롭히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석유 수요가 급감했던 당시 연간 5조원의 적자를 보는 등 최악의 사태를 겪었다. 당시 정부는 어떠한 지원책도 펼치지 않았다. 만약 흑자에 대한 세금을 정당화하고 싶다면 적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이뤄져야 하는 데 말이다.
민주당은 포퓰리즘 늪에 빠졌다. 야당은 정유사로부터 걷은 세금을 취약계층에게 재분배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 폭등과 난방비 폭탄 등으로 일부 국민 생활이 불안정해졌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취지는 좋다. 아니, 취지만 좋고 무책임하다. 지난 정부의 잘못과 책임을 기업들에게 떠넘기겠다는 얄팍한 수법에 지나지 않는다.
횡재세가 아니더라도 국민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하다.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정책 대안도 충분하다. 가령 정부가 지난해 12월 4개월간 연장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들 수 있다.
횡재세 같은 징벌적 세금은 경제 선순환에 전혀 맞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세금이 늘면 기업은 오히려 투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고 기업 경쟁력 악화와 고용 감소 등으로 시장은 비활성화될 것이 눈에 훤하기 때문이다. 결국 횡재세는 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