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층간소음 개선 방안으로 인해 각 건설사가 아파트 내 난방 효율 저하 문제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자칫 난방비 폭탄으로 입주자 불만이 제기 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강화 정책에 따라 각 건설사가 층간소음 대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애초 예상하지 못했던 겨울철 난방 효율 문제가 대두돼 난방 배관 설계 개선 등을 검토하고 있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공동주택의 소음성능 미달 시 관련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시공사의 보완시공을 의무화한 것이 골자다. 층간소음 저감 성능 확보를 위해서다.
특히 국토부는 층간소음 대책의 하나로 바닥 두께를 기존보다 4cm 상향(210mm→250mm)하는 방법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바닥구조를 1등급 수준으로 전면 시행하고 내년부터 모든 공공주택에 현행 49dB에서 4배 강화된 37dB 이하로 ‘층간소음 기준 1등급’ 수준을 적용하겠다고 공헌했다.
문제는 기존 슬래브 상부에 단열재를 시공하고 콘크리트를 친 후 바닥난방 코일 배관을 시공하는 방식을 고수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같은 면적을 적정온도까지 난방하기 위해 소비되는 열 에너지양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열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면 난방비 상승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각 건설사는 지난겨울 급등한 물가로 공동주택마다 난방비 폭탄으로 곤욕을 치른 점을 상기하며, 자칫 층간소음 대책이 적용된 주택 입주민들의 난방비 불만이 시공사를 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건설사 핵심 관계자는 “층간소음 대책이 난방문제로 이어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최근 건설사마다 난방 효율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공통으로 인식하고 업체별로 시공 방법을 개선하고 신기술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들은 △난방 배관 위에 회반죽을 단일 시공하는 방법 △회반죽 후 난방 관을 설치하고 또다시 회반죽을 치는 방법 등을 고민하는 중이다.
다른 건설사 임원은 “현재 다양한 대안과 신기술 적용을 적극 검토하면서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층간소음 이슈가 난방 효율 문제로 확산하면서 연구개발 부서와 시공 현장의 생각도 달라 내부적으로도 교통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건설사에서는 정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는 “단순히 바닥 두께를 늘린다고 층간소음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할 사안”이라며 “바닥 두께 확대에 따른 공사비 증가 문제는 보지도 않고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 못 하면 준공 허가를 안 내준다는 방식으로 대책을 제시해 난감하다”고 했다.
국토부는 난방 효율 저하 문제는 개별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사회적 논란인 층간소음 대책이 하루아침에 발표된 것이 아니다”며 “2019년 감사원의 ‘층간소음 저감 제도 운용 실태’ 감사 결과 발표 직후부터 (국토부가)민간 건설사에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음에도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마련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난방 효율 저하 문제는 예기치 못한 이슈이지만, 표준시방서 마련 등을 위한 연구개발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다른 국토부 관계자도 “층간소음 대책을 마련하면서 난방 효율 저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층간소음과 고효율 난방시공은 궁극적으로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난방 이슈 해결을 통해 개별 건설사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 또한 민간의 몫”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