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지난달 28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내 합작 공장을 짓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총 35억 달러(약 4조6700억원)를 투입해 27기가와트(GW) 규모의 공장을 지으며, 향후 추가 투자를 통해 36GW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이미 미국 내 조 단위 투자를 확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7조2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단독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으며, SK온은 설비투자금 7조5000억원 대부분을 올해 안에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건설에 사용할 예정이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배경엔 미국의 낮은 전기차 전환율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미국 전기차 침투율이 8.9%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차량 100대 중 9대가 전기차였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치(16%)나 유럽(23.4%)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치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침투율이 낮은 대신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중국 배터리업계에서도 멕시코 등 수출 우회로를 통해 미국 시장을 욕심 내고 있다. 미국에서 중국 회사가 합작 공장을 지을 경우 중국 쪽 지분율이 25%를 넘지 못하게 막는 등 일부 제한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약이 덜한 멕시코에 투자해 미국으로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내 1위 전기차 업체인 BYD는 지난 2월 멕시코 내 전기차 공장 건설을 고려 중이라고 알렸다. 이후 공장 건설 계획이 중단됐다는 블룸버그통신의 보도가 나오자, 스텔라 리 BYD 부사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멕시코 공장 건설과 관련해 결정을 연기한 바 없다"며 투자 추진 의사를 보였다.
국내 배터리업계에서 중국의 북미 투자에 곤두선 이유는 앞서 유럽 시장 패권을 빼앗긴 선례가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의하면 지난 2021년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의 점유율은 70.6%에 달했다. 이후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 투자로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리면서 지난해 국내 3사의 점유율은 57%까지 낮아졌다.
배터리업계는 북미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업체가 당장 위협이 되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을 겪으며 미국이 중국에 대해 여러 장벽을 세워둔 만큼 북미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업계가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미국 대통령 선거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