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이복현 금감원장은 서울 중구 소재 은행회관에서 국내 18개 은행장이 참석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 대책을 논의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원장은 "가계대출 엄정 관리에 대한 정부나 당국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그 사이에 급증하는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조금 더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국민들이나 은행 창구에서 직접 업무를 보신 분들께 여러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원장이 은행권에 가계부채 관리를 주문하자 은행들은 한 달간 20번 넘게 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그러나 쉬운 금리 인상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라며 이 원장이 다시 은행권 비판에 나서면서 은행들은 주담대 만기 축소, 전세대출 중단 등 더 강한 규제를 내놓게 됐다.
은행별 제각각인 규제로 인한 실수요자 피해 문제 우려가 확산하면서 불거진 혼란을 이 원장이 직접 거론하며 사과한 것이다.
지난 4일 '가계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 간담회'에서 은행권과 협의해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효과적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부분과 관련해서는 은행의 '자율 운영'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 원장은 "은행권도 가계대출 관리의 안정감과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각 은행의 포트폴리오 관리가 다르기 때문에 (은행장들이) 여신 심사 등에 대해 적정한 기준을 세워서 논의하되 그레이존에 있어서 판단이 어려운 일부에 대해서는 은행권에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말씀을 주셨다"고 했다.
이어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에 편승해 특정 자산에 쏠림이 있는 형태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 봐도 적정한 위험 관리가 아닐뿐더러 소비자 입장에서도 상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며 "대출 절벽이란 오해를 받지 않도록 더 체계적이고 점진적인 스케줄을 갖고 관리하도록 은행에 부탁드렸다"고 덧붙였다.
또 은행들이 연간 경영계획 목표치를 초과해 가계대출을 취급할 경우 내년 총부채원리금비율(DSR) 한도를 줄이는 방식의 한도 차등화를 언급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선순위에 있는 정책 목표이기 때문에 어떠한 수단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다만 10~11월 가계 대출 흐름을 봐야 할 것 같고, 이제 가동한 스트레스 DSR 2단계 효과와 은행의 여신 심사 정밀화 등을 조금 더 살펴본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의 정책대출 관리 기조와 금융당국의 시각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국토부에서도 정책자금과 민간자금 금리 차이가 너무 과다할 경우에 일부 조정해 운영한다고 했다"면서 "그런 운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책자금으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 포션이 줄어들고 있고, 저희도 부처와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박상우 국토부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책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린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정책대출 금리를 시중금리 변동에 맞게 조정할 수 있지만 대상을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이 원장은 브리핑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저희의 대출 정책 운영 때문에 국민과 소비자, 은행에서 업무를 담당하시는 분들이 불편하셨다면 다시 한번 송구하다"며 거듭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