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10일 발간한 '화학, 롯데케미칼 다음은 에쓰오일' 보고서에서 "상대적 경쟁력·수요·원가·공급 변수 등을 바꿀 수 있는 거시경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며 "유가가 하락하고 배럴당 정제 마진이 오르면서 석유화학 업체와 에쓰오일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유 가격이 하락하며 정유·석학 업계의 원가 경쟁력이 강화되는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다. 미국은 석유·천연가스 시추를 전면 확대하는 등 원유 가격 하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간 협의체(OPEC+)도 오는 4월부터 일평균 13만8000 배럴을 증산한다.
이처럼 원유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난 8일 러시아 레닌그라드주 키리시에 위치한 정유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업계의 기대감은 커져 가고 있다. 해당 정유소의 생산 여력이 악화되면 늘어나는 원유 물량이 그대로 국내 정유업계의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최근 원유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가파르게 하락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브렌트유(Brent)·오만산(OMAN)·두바이산(Dubai) 원유 모두 전년 동일 대비 약 12% 하락했다. 그 결과 전주 대비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8.7 달러로 상승했다. 이는 배럴당 정제 마진이 3.6 달러였던 지난해 3분기에 비하면 두 배에 달하며 전 주와 비교해도 2.1달러 상승한 수치다.
원유를 PP·PC 등 플라스틱 제품으로 가공하는 화학 업체들의 숨통도 트일 예정이다. 지난 4일 미국이 캐나다산 원유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캐나다가 수출처 다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롯데케미칼 등 우리 석화 업계는 값싼 캐나다 원유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세 전쟁도 수익성을 강화해줄 것으로 보인다. 종전 협상이 마무리되면 수출 규제로 전쟁 기간 동안 중국 등 일부 국가가 독점하던 값싼 러시아 원유가 다시 세계 시장에 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유가 안정화로 인한 물류 비용 감소도 산업 전반의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에 수출이 제한된 값싼 러시아 원유를 확보하며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며 "종전으로 중국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도 일부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