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도로교통공단(이사장 이주민) 산하 서부운전면허시험장(단장 이호원)이 모호한 규정과 안내 미흡으로 응시생들의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응시생 A 씨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전 9시 30분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학과시험을 마친 후 기능시험 접수를 위해 오전 10시 27분 시험 창구에 방문했다. 창구 담당자는 3분 뒤인 오전 10시 30분에 기능시험을 볼 수 있다며 신청 접수를 도와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A 씨는 창구 담당자의 서둘러 뛰어가면 시험을 볼 수 있다는 말만 듣고 기능시험 교육장을 달려갔다. 그러나 도착해보니 이미 기능시험을 위한 시청각 교육은 마친 상태였다.
시험 전 실시하는 시청각 교육은 받지 않아도 기능 시험을 볼 수 있지만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정보를 제공한다. 서부면허시험장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에는 없는 시험 요령과 절차, 규정 등을 시청각 교육 시간에 알려준다.
실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영상에는 차량 출발과 함께 좌측 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는 내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신호음에 맞춰 조작 기능을 다뤄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시청각 교육을 받지 못한 A 씨는 이러한 정보를 모르고 기능 시험을 치렀고, 실점 처리돼 불합격됐다.
A 씨는 "접수 시간이 촉박하면 시청각 교육을 받지 못해 불리할 수도 있으니 다음 시험 시간으로 받는 게 어떻겠냐는 안내가 있었다면 굳이 서둘러 시험을 치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심지어 10시 30분부터가 아닌 10시 25분부터 시청각 교육을 시작해 이미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홈페이지에도 중요한 부분을 설명하는 영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부면허시험장 관계자는 "미리 공부를 안 한 응시생의 잘못"이라며 "이제 와서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접수창구 담당자의 안내 미흡을 인정한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안내를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운전면허 시험 응시생의 불만은 또 있었다.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은 기능시험 코스 중 마지막 시험 구간인 '가속' 코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표기하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져 모호한 규정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속 20km 구간 표시판 이후 10m가 지난 지점에서 시속 20km 이상의 속도를 낸 후 다시 속도를 줄이는 시험 구간이 있는데 표시판 이후 10m가 정확히 어디인지 표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담당자에 따르면 예전에는 유도봉으로 해당 위치를 표기해 뒀지만 경찰청의 요청으로 표기를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부면허시험장뿐만 아니라 전국 면허시험장이 같은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모호한 기준 때문에 가속 구간은 응시생들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구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능 점수 100점 중 8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하는 데 가속 구간에 무려 10점이 걸려있어서다.
시험 담당자는 "표기가 없어도 감으로 10m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10m를 정확히 감으로 측정하지 못하면 실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응시생들 입장은 달랐다. 한 응시생은 "1m도 아니고 10m를 정확히 감으로만 측정할 수 있다면 지금 떼돈을 벌고 있을 것"이라며 "측정기가 아닌 이상 정확한 거리는 예측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8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서부운전면허시험장 기능시험의 재시험률은 올해 1월 1일부터 5월 20일까지 기준으로 무려 '67.8%'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즉, 10명 중 7명이 불합격한다는 얘기다.
응시생 A 씨는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운전학원에 비싼 수강료를 내는만큼 면허시험장에 내는 돈과 시간 낭비도 만만치 않다"며 "시험장에서 안내 미흡과 난해한 코스를 만들어 합격률을 낮추고 이로 인한 재시험 비용을 챙기려는 편법을 쓰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합격생 B 씨는 "기능시험이 시험장의 모호함 때문에 더 어렵다"며 "도로주행 시험은 일반 도로에서 시험을 보기 때문에 운전 실력이 아닌 모호한 규칙으로 불합격될 일이 적다"고 덧붙였다.
도로교통공단 홍보 담당자는 "시험 시간 시작 전 시청각 교육을 시작한 것은 더 이상 추가 접수자가 없을 것으로 생각해 조금 일찍 시작한 것으로 불편을 끼친 응시생들에게 사과한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부분으로 피해를 보는 응시생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속 구간 표기와 관련해선 "가속 구간 표지판 이후 10m 지점 표기는 별도로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없으므로 표시하지 않는 것이 도로교통공단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10m 표기를 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이 아닌 '표기 자체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을 뿐이다.
이는 도로교통공단이 임의로 세운 원칙 자체가 애초부터 응시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법무법인 화온의 신홍명 변호사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별표 23)을 살펴보면 해석의 논란 요지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표시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면 수험비용을 지불하는 응시생들에게 불리하지 않게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은 지난 2011년 도로주행 교육 중 운전대 한 손 파지가 가능하다고 응시생들에게 교육 후 실격시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