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전액 지급 기준 '5700만원' 상향

[이코노믹데일리] 환경부가 올해 전기자동차(EV) 구매 보조금 개편 방안을 공개했다. 배터리 가격 인상 등으로 차량 가격이 오른 점을 감안해 보조금이 전액 지급되는 기본 가격 기준을 5700만원으로 늘리고 충전 및 편의 시설을 늘리겠다는 방향도 나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오는 9일까지 '2023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서고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관련한 정책 확정에 나선다. 이번 방안은 △안전하고 성능 좋은 차량 중심 지원 △구매 시 보급 촉진과 함께 구매 후 안전·편의도 고려한 지원 △취약계층·소상공인 맞춤 지원 등 3대 원칙에 따라 수립됐다.

먼저 일반 소비자들에게 가장 영향을 미칠 전기 승용의 경우 고성능·대중형 모델에 대한 보급을 촉진한다. 지금까지는 5500만원 미만 차량에 대해서만 보조금 전액을 지원했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배터리 가격이 인상되고 그에 따른 차량 가격 인상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전액 지급 기본 가격을 5700만원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5700만원 미만 전기차는 100%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5700만원~8500만원은 50%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8500만원 초과 차량에는 보조금이 나가지 않는다.
 
이와 함께 보조금 단가는 일부 낮추지만 지원 물량은 대폭 늘린다. 중·대형 전기승용 성능 보조금 단가는 기존 6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줄어들지만 지원 물량을 16만대에서 21만5000대로 31% 늘린다. 또 소형·경형 전기승용 성능 보조금은 400만원으로 새로 만들고, 초소형 전기승용은 기존 40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줄인다.

아울러 저소득층·소상공인에는 보조금 산정 금액의 10%(초소형은 20%)가 추가 지원된다. 주행 거리에 따른 보조금 지급 차등도 강화해 기존 1회 최대 주행거리 450km를 초과해야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외 △사후관리 역량 평가 △제조사 보급 목표 이행 보조금 등 지원책 및 충전기 설치 유도 등을 위한 보조금을 새로 만들고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산차 5개사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도요타, 혼다, 폭스바겐 등 수입차 5개사가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대상기업'으로 선정돼 차당 지원금을 더 받게 됐다.

전기 승합차(전기버스)와 전기 화물차 등도 전기 승용차와 같은 방침으로 올해 지원책이 설립됐다. 전기 승합차의 경우 타 차종 대비 배터리 용량이 큰 만큼 배터리 특성을 평가하고, 전기 화물의 경우 취약계층·소상공인 수요가 높은 만큼 '지원금 감액·지원 대상 확대'에서 조금 벗어나 지난해 수준 보조금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

환경부 홈페이지에는 현재 '2023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 처리 지침'이 공개돼있다. 정부는 의견 수렴 과정에서 각 제조사별 사후관리 체계 구축 현황 및 차종별 보조금 산정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취합하는 등 절차를 거친 뒤 최종 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구매 과정에서는 정부 보조금이 큰 영향을 미친다. 친환경 자동차 전시회 'EV TREND KOREA 2020'에서 2020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를 구매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 중 최우선 고려사항은 주행거리와 충전소 설치(각각 29%)였고 뒤이은 것이 가격(22%)과 보조금(19%)이었다. 정부가 앞장서 보조금 전액 지급 기본 가격을 인상하는 움직임에 대해서 일부 소비자들은 "환경부가 전기차 값을 올린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보조금 영향이 컸다"며 "한국이 전동화 시대에서 자동차 선진국이 되려면 이제 보급대수라는 양적 수치뿐 아니라 배터리 등의 기술 혁신과 한 차원 높은 인프라 구축 등 소비자 관점의 질적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