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 상황이 딱 그렇다. 팬데믹과 각종 재난재해 등 불가항력적인 일이 생길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는 기업에 손을 내밀었다. 이번엔 본인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책 없이 정쟁만 거듭하더니 또다시 뒷수습은 기업의 몫이 됐다.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파행길에 들어서며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전 세계 158개국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들의 '축제'가 모두의 걱정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잼버리 역사상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다.
잼버리가 이렇게까지 국제적 망신이 된 데에는 주최 측의 방만한 예산 운용과 미흡한 대회 준비가 한 몫 했다. 주도적으로 사태를 수습해야 할 여성가족부와 잼버리조직위원회, 전북도청은 천문학적인 세금을 지원 받고도 어느 순간부터 뒷짐 지고 서있는 모양새다.
그 와중에 정치권은 책임 공방만 벌이는 모습이다. 결국 위기의 잼버리를 위한 '구원투수' 역할은 기업이 떠맡았다.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부터 포스코, 롯데, GS, 대한항공, SPC 등 주요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태 수습을 위해 소매를 걷어 붙였다.
기업들은 숙소와 각종 물품 지원은 물론 계획에도 없던 각 사 공장 견학 프로그램까지 마련하며 급한 불을 끄는 중이다. 심지어 태풍 '카눈' 북상으로 전원 철수를 완료한 새만금에 삼성과 SK 신입사원 자원봉사자들은 남아 청소·정리 작업에 투입됐다.
결자해지(結者解之)는 눈 씻고 보려야 볼 수가 없다. 이렇게 민간 기업이 국난 해결에 거국적으로 나선 것은 사실 한두 번이 아니다. IMF 구제금융부터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팬데믹, 요소수 대란 등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항상 먼저 발 벗고 나선 것은 정부도, 국회도 아닌 기업이었다.
이번에도 정치권이 손 놓고 있는 것을 보면 마치 기업의 지원이 당연한 관례인 것처럼 여기는 듯 하다. 평소에는 경제적 자유를 제약하고 각종 규제와 정치적 개입을 난무하면서 위기일 때만 기업에 '애국정신'을 요구하는 뻔뻔한 행태를 이젠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