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몬테네그로 정국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된 의혹으로 큰 혼란에 빠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출한 문서에서 현 밀로코 스파이치 총리가 테라폼랩스의 초기 개인 투자자로 포함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SEC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설립자를 기소하며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증거 자료를 제출했다. 이 자료에는 테라폼랩스 설립 초기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의 투자자 명단이 엑셀 파일로 첨부되어 있었다.
총 81명의 투자자 명단 중 16번째에 밀로코 스파이치 총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2018년 4월 17일 개인 자격으로 75만개의 루나 코인을 1개당 10센트에 구매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몬테네그로 시민운동단체 URA 등에서 스파이치 총리의 루나 코인 투자 경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동안 스파이치 총리는 자신이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스파이치 총리는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싱가포르 펀드 회사인 '다스 캐피털 SG'에 근무했었다. 그는 당시 이 회사를 통해 테라폼랩스에 7만5천달러(약 1억원)를 투자했다가 권도형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SEC가 제출한 엑셀 파일에는 '다스 캐피털 SG'라는 회사명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스파이치 총리 개인의 이름만 투자자 명단에 적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URA는 "스파이치 총리가 개인 투자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자신이 일하던 회사가 사기를 당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그의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당시 스파이치 총리가 구매한 75만개의 루나 코인은 2022년 4월 한때 개당 119달러(약 16만4천50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만약 최고가에 전부 매도했다면 이론상 9천만달러(약 1천244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스파이치 총리가 실제로 그런 큰 손실을 봤다면 다른 투자자들처럼 권도형을 사기죄로 고소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대로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면 탈세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스파이치 총리 측은 SEC 문서 제출 사실이 알려지자 "스파이치 총리 역시 수백만 명의 일반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권도형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도 "스파이치 총리는 권도형에게 사기를 당했을 뿐"이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번 SEC 문서 제출로 스파이치 총리 개인의 투자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동안의 해명과 배치되는 의혹이 새로 불거졌다며 즉각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