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 독과점을 규제하는 입법 추진안을 철회하고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앞서 공정위는 ‘사전 지정’을 통한 규제를 강조해왔지만, 지난 2월 이후 업계의 강한 반발에 한 발 물러서며 ‘사후 규제’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당초 플랫폼법의 추진 목표였던 ‘신속한 사건 처리’와는 거리가 먼 방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당초 밝힌 ‘사전 지정’ 방식이 아닌 사후 규제 방식을 통해 지배적 플랫폼을 특정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MA)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사전 지정 방식은 매출액, 점유율, 이용자 수 등을 고려해 지배적 사업자를 미리 정해 공표하고, 관련 법 위반에 대해 처벌하는 방식이다.
반면 공정위가 꺼내든 사후 규제 방식은 실태조사를 통해 매출액과 점유율 등을 파악한 뒤,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하면 지배적 플랫폼에 해당하는지 판단해 처벌하는 구조다.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후적인 분석이 이뤄지면서 신속한 사건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당초 추진하려 했던 사전 지정 방식의 경우 법 위반 행위 이전에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돼 공표된다. 지배적 사업자로 정해진 기업이 불복하게 되면 별도 절차를 통해 다투게 된다.
이런 절차를 거쳐 지배적 사업자로 최종 지정되면, 위법행위 발생 시 경제분석 과정을 건너뛰고 불법행위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조사와 심의가 이뤄진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심사관과 피심인 간 의견 대립도 치열한 경제분석 과정이 사라지는 만큼, 신속한 사건 처리가 가능하다.
반면 사후 규제 방식에서는 불법행위로 인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는 업체가 불복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또한 지배적 플랫폼을 사후 규제하는 요건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정안은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이용자 수가 1000만명 이상인 경우 또는 △3개 이하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85% 이상이고 이용자 수가 2000만명 이상인 경우를 지배적 플랫폼 지정 요건으로 정했다.
다만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연간 매출액 4조원 이하 플랫폼은 규율 대상에서 빠진다.
해외 플랫폼과의 ‘역차별’ 우려도 제기된다. 해외에 본사를 둔 플랫폼들이 매출액 등 자료 제출 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 경우, 공정위가 이에 대해 실효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전 지정을 하지 않아도 신속히 사건을 처리할 수 있고 법 위반 예방을 할 수 있는 합리적 고민 끝에 채택한 것이 사후 규제 방식”이라며 “불공정 행위 적발 등 모든 사안에 대해 국내·국외 기업 간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