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지난해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이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해 실적을 부풀려왔단 비판이 이어지자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보험 해지율 가정 시 '원칙모형(로그-선형모형)'을 따르게 한 것인데, 기존 모형보다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해 보험료 납입 완료 시점에 이를수록 해지율이 0%에 수렴하게 되는 방식이다.
현재 보험사들은 각자 상품의 미래 해지율을 가정해 수익을 산출하고 있다. 무·저해지 보험은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장 혜택이 크고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이다. 보험사들이 해당 상품을 많이 판매하면서 해지율을 높게 가정하고 보험계약마진(CSM) 부풀렸단 지적이 이어져 왔다. CSM은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 지표로, 보험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보험계약으로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특별한 사정에 따라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면 각 사 경험 통계에 기반한 예외모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뒀지만,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원칙모형을 따르도록 압박하면서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이 많거나 미래 해지율을 높게 가정한 곳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건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알겠지만 모형 적용에 따라서 회사마다 편차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금감원은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주요 보험사 경영진과 간담회'를 열고 예외 모형 선택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내년도 우선 검사 대상에 포함하고, 필요시 대주주 면담까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올해 연말 결산부터 적용된다. 가이드라인이 반영되면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킥스(K-ICS) 비율이 현재보다 20%p 하락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분석했다. CSM 감소를 비롯해 손실계약도 발생할 수 있어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저해지 보험의 보유 계약 비중이 높은 경우 기존 CSM 대비 7~9% 정도의 높은 한 자릿수 감소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내년 대부분 보험사의 최대 화두는 신계약이나 실적이 아니라 킥스 비율 관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