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완성차 업계가 미래 혁신 동력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계가 당장 배터리 전문 기업만큼의 기술력을 확보하진 못해도 관련 기술과 대안을 보유하고 있으면 강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으며 장차 배터리 내재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4일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계속 외부에서 공급받으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완성차 업체에게 배터리 내재화는 필수 전략"이라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분말 형태의 전해질을 사용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온도 변화에 강한 데다 공정도 단순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현재 삼원계배터리(NCM) 점유율이 줄고 리튬인산철배터리(LFP) 시장은 중국이 선점한 가운데 미래 사업인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이 새로운 판로가 될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시장은 2022년 약 2750만 달러에서 오는 2030년에는 약 400억 달러(약 52조7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무려 180%에 달한다.
전고체 배터리 시장은 오는 2030년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 3사(LG엔솔·삼성SDI·SK온)를 비롯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BYD 등이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2030년 전후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얼마 만큼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지에 따라 향후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도 배터리 자립과 신사업 점유율 확보를 위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달 경기 의왕 연구소에 구축된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에서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파일럿) 라인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연구동 개소식에는 제너럴모터스(GM) 관계자도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오는 2032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배터리 내재화에 9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약 200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협력사를 통해 양산에 필요한 생산 능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토요타는 일본 화학사 이데미츠코산으로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필요한 리튬 황화물을 오는 2027년부터 매년 1000t 가량 공급받을 예정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미국 전고체 배터리 업체 팩토리얼과 협력해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일에는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EQS 모델의 주행 테스트를 시행했으며 EQS의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최대 1000㎞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25% 늘었다고 밝혔다.
이호근 교수는 "완성차 업계가 단기간에 배터리 전문 기업만큼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어렵더라도 관련 기술과 대안을 보유하고 있으면 강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며 “레드오션인 기존 시장보다 차세대 신기술 시장 개척이 더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