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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현대차그룹, SW·수소·로봇 '올인''…정의선 '퍼스트 무버' 실체 나왔다
최근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낸 곳은 단연 현대자동차그룹이다. 계열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3위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 영입으로 앞서가는 기업을 빠르게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들어맞은 결과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완성차 톱(Top)3에 만족하지 않고 소프트웨어(SW)·수소·로봇을 중심에 둔 종합 모빌리티 기업이란 '빅픽처(큰 그림)'를 내놨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는 정 회장이 그리는 미래 현대차그룹을 집약한 자리였다. 역대 최대 규모로 참석한 현대차그룹은 수소 에너지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목적 기반 차량(PBV),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미래 이동수단과 관련한 시제품과 기술을 쏟아냈다. 이들 분야는 정의선 체제 출범 이후 현대차그룹이 각별한 공을 들인 영역이다. 정 회장이 글로벌 시장에 꾸준히 던진 메시지는 '탈(脫) 자동차'였다. 단순히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후를 내다보고 경쟁사보다 짧게는 십수년, 길게는 몇십년 빨리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내세운 '퍼스트 무버(선도자)' 전략은 정 회장의 이러한 구상을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현대차그룹 투자의 면면을 보면 그 윤곽을 그려낼 수 있다. 지난 2021년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며 로봇 사업 진출을 알렸다. 이보다 앞선 2020년에는 UAM 독립 법인 '슈퍼널'을 미국에 출범하면서 2028년 전동화 기체 출시, 2030년대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 기체 공개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SDV도 현대차그룹이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는 분야다. SDV는 말 그대로 소프트웨어가 차량 성능과 편의성 등을 좌우하는 차량이다. 기존 자동차는 엔진 또는 전기 모터, 조향장치, 현가장치(서스펜션), 차체 같은 하드웨어에 의존했다. 이와 달리 SDV는 자동차의 물리적인 완성도를 기본에 두되 인포테인먼트, 주행 제어 시스템, 자율주행 알고리즘이 성능과 상품성을 좌우한다. 잠시 주춤하는 듯한 수소 사업은 영역을 확장해 투자가 이뤄진다. 차량에만 수소를 접목하는 수준이 아니라 생산, 운송, 활용이란 전 과정을 아울러 고유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CES 2024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 행사를 통해 "청정 수소가 모두를 위해, 모든 것에 에너지로 쓰이며 어디에서나 활용 가능하도록 수소 사회 실현을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이 자리에서 각 단계별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내놨다.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전기차 '넥쏘'가 2018년 첫 선을 보인 뒤 기술 개발이나 상용화에 큰 진전이 없어 한때 현대차가 수소 사업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수소 트럭·버스가 출시되고 수소 트램까지 도입이 예고되면서 이는 뜬소문이 됐다. 그룹 전체로 봤을 때 이들 분야에서 예고된 투자액만 향후 10년간 200조원에 육박한다. 현대차가 지난해 발표한 '현대 모터 웨이' 전략에 따르면 이 기간 총 109조원이 투입된다. 기아는 2027년까지 32조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현대모비스는 10조원을 들인다. 과거 본업인 완성차 제조를 키우기 위해 단행한 투자는 글로벌 톱3 기업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북미, 유럽, 인도·동남아 등 신규 시장을 개척하며 철저한 현지화를 고집했다. 각지에 공장을 짓거나 특화 모델을 출시할 뿐 아니라 부품 공급망까지 함께 갖추는 방식이다. 이는 현대차·기아 협력업체가 자연스럽게 해외에 진출하는 부수 효과도 냈다. 미국 앨라배마·조지아 공장과 유럽 체코·슬로바키아 공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성공 비결로 수직 계열화를 꼽는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소프트웨어·로봇을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신개념 모빌리티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들을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이동수단이 나올 거라는 얘기다. 상용화가 머지 않은 UAM만 놓고 봐도 세 가지를 모두 활용하게 된다. 현재 진행되는 투자는 또 다른 형태의 수직 계열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퍼스트 무버라는 워딩(언어 표현)에는 전기차 시장에서 앞서간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어떤 것'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4-01-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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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도요타 프리우스, 엔진은 '업' 차체는 '다운'…주행 성능 확 높였다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원조인 도요타 프리우스가 한층 젊은 감각으로 국내에 상륙했다. 이전보다 커진 엔진으로 출력을 대폭 끌어올리고 차체는 낮추면서 고성능 스포츠카 감성을 살렸다. 5세대 프리우스 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젊어진 외관, 뛰어난 주행 성능까지 중무장해 돌아왔다. 세계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차로 주목을 받은 프리우스는 1997년 첫 선을 보였다. 이후 친환경차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확고히 잡았다. 신형 프리우스는 지난해 1월 도요타의 주력 시장인 미국과 일본에서 먼저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알려졌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올해 6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새해를 보름여 앞둔 지난달 13일 정식 판매가 시작됐다. 한국토요타자동차(도요타코리아)는 라브4 PHEV, 크라운, 하이랜더, 알파드에 이어 프리우스를 끝으로 2023년 예정된 신차 출시 일정을 마쳤다. 신형 프리우스는 국내에 직접 비교할 만한 차종이 마땅히 없어 '신차 효과'를 제대로 안겨줄지 기대된다. 지난달 15일 타본 신형 프리우스는 외관부터 강렬한 인상을 줬다. 이날 시승은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출발해 경기 가평군 일대를 달린 뒤 되돌아오는 왕복 약 160㎞ 경로로, 일반 하이브리드 모델과 외부 충전이 가능한 PHEV를 번갈아 탔다. ◆낮아진 차체, 매끈한 라인으로 '감성 마력' UP 프리우스는 초창기 모델부터 세단이나 해치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기존 장르에 끼워 맞추기 어려운 외관을 지녔다. 기본적으로 5도어 형태를 취하면서도 엔진룸-객실-짐칸으로 명확히 구분된 3박스 구조와 비슷하다. 1세대를 제외하면 언뜻 봤을 때 해치백인가 싶다가도 세단이나 쿠페 같은 게 특징이다. 이번에 나온 5세대 프리우스는 확실히 쿠페에 가까워졌다. 차체를 더욱 낮추고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전조등)를 날렵한 선으로 처리하면서 고성능 스포츠카를 연상케 했다. 옆에서 봤을 땐 중간에 꺾였다 가지 않고 완만한 곡선 하나로 엔진룸에서부터 트렁크 끝단까지 이어진다. 후면부는 일(一)자형 리어램프(후미등)를 채택하고 스포일러를 추가했다. 곳곳에 녹아든 요소는 '감성 마력'을 한층 높여주는 듯했다. 차체 높이가 낮아지면 차량이 주행할 때 공기저항이 작아지고 무게 중심이 아래로 내려가 조향 안정성이 좋아진다. 반면 실내 머리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도요타는 프리우스 앞좌석과 루프 피크(지붕 최고점)을 뒤로 밀어 구조적 한계를 극복했다. 그 덕분에 키가 큰 사람이 운전해도 머리가 닿지 않았다. 뒷좌석은 소형차인 데다 배터리가 들어간 점을 생각하면 널널했다. 실내는 꽤나 시대를 앞서나간 느낌이다. 최근 일부 완성차 브랜드가 널리 쓰는 계기반·인포테인먼트 일체형 화면 대신 둘을 과감하게 분리했다. 7인치 디지털 계기반은 위치가 다른 차들보다 앞 유리에 한 뼘 정도 더 가깝다. 다시 말해 운전자와 거리가 멀다. 처음 봤을 땐 낯선 게 사실이었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없이도 눈높이를 맞추기 편했다.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12.3인치로 차 크기를 생각하면 큰 편이다. 반응 속도나 디자인은 무난했다. 다른 요소들도 많이 바뀌었다. 계기반이 전면을 향해 밀리면서 운전대 높이가 낮아졌다. 운전대는 지름이 370~380㎜가 일반적이지만 프리우스는 350㎜로 작다. 또한 대시보드 중앙 공조 버튼은 피아노 건반 모양으로 배치됐다. 낮아지고 작아진 운전대, 건반 형태 공조 버튼은 흡사 스텔란티스 푸조 차량을 떠올리게 했다. ◆주행 성능 아쉬움 없지만…변속 노브는 '옥에 티' 날렵한 스포츠 쿠페의 감각은 내·외관뿐 아니라 주행 성능에서도 묻어났다. 하이브리드차답게 초반에는 전기 모터가 힘 있게 밀어줬다. 본 실력은 엔진이 함께 돌아갈 때 드러났다. 신형 프리우스는 이전 세대(1.8리터)보다 엔진 배기량을 2.0리터(ℓ)로 키워 가속 성능을 높였다. HEV와 PHEV 모두 엔진은 19.2㎏f·m, 모터가 21.2㎏f·m의 구동력을 낸다. 최고출력은 HEV는 196마력, PHEV는 223마력으로 소형차로서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낮아진 차체와 커진 엔진은 달리는 내내 한 가지 메시지를 운전자에게 전하고 있었다. 하이브리드차를 타는 이유가 연비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프리우스가 ℓ당 30㎞를 넘나드는 연비가 트레이드마크였다면 5세대 프리우스는 아니다. 여전히 20㎞/ℓ대 연비를 쉽게 뽑아낼 수 있었지만 눈에 띄게 향상된 달리기 실력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신형 프리우스는 운전이 재밌는 하이브리드차였다. 시승 당일 서울·경기 지역에 제법 많은 비가 내린 탓에 격한 코너링을 해볼 수 없어 아쉬웠다. 하이브리드차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했다. PHEV 모델은 배터리 용량을 1.5배 키워 'EV(전기차) 모드'로 64㎞까지 주행 가능하다. 일반 HEV 모델도 모터로만 달리는 구간이 많다. 연비는 HEV가 공인 복합 기준 20.9㎞/ℓ로 PHEV(19.4㎞/ℓ)보다 좋다.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변속 노브(손잡이)다. 전자식이 채택됐는데 조작 방법이 독특하다. 손잡이를 왼쪽으로 옮긴 뒤 앞으로 밀면 후진(R), 왼쪽에서 뒤로 당기면 전진(D)이다. 하이브리드차 답게 회생제동이나 엔진 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잡아주는 'B(브레이크) 모드'도 지원한다. 변속 손잡이를 아래로 당기면 해당 모드가 활성화된다. B 모드에서 D로 다시 돌아가려면 중립(N)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재빠르게 조작하지 않으면 달리는 중에도 N으로 변속됐다. 일정 속력 이상에서는 N단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등 변속기 조작 방식을 보완하면 좋을 듯하다. 가격은 HEV 모델 △LE 3990만원 △XLE 4370만원이고, PHEV 모델 △SE 4630만원 △XSE 4990만원이다. HEV에는 없는 디지털 룸미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빼면 초기 구매 비용과 연비 등을 고려했을 때 PHEV를 선택할 유인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2024-01-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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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 세계에 1년치 국가 예산 푼다…흔들림 없는 'JY 속도전'
삼성이 위기 돌파 전략으로 투자를 택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부문 시설·연구개발(R&D)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공식적으로 발표한 규모만 2027년까지 450조원에 이른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관계사 합산으로 연간 60조원가량 투자를 집행해 왔다. 오는 2030년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삼성의 총 투자액은 올해 국가 예산(약 657조원)과 맞먹을 것으로 관측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말 각 계열사별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마쳤다. 한 해 성과를 점검하고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로 투자에 관한 내용도 심도 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와 가전 등 사업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투자 규모를 늘리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1년 동안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설 투자에만 역대 최고인 53조7000억원을 썼다. ◆꺼냈다 하면 수백조원…삼성의 '통 큰 투자' 삼성은 한·미 정상회담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발표 등 굵직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뒤인 2022년 5월 450조원짜리 패키지를 내놨다. 지난해 3월 정부가 용인시에 세계 최대 크기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정책을 발표할 당시 총 투자액 510조원 중 300조원이 삼성 몫이었다. 충청·경상·전라 등 비수도권에선 반도체 패키징, 디스플레이·이차전지 부문에 10년간 60조원을 쓰겠다고도 했다. 가장 많은 재원이 들어가는 분야는 단연 반도체다. 지난해 1~3분기 신·증설과 보완 등에 쓰인 돈은 33조4000억원이다. 이 기간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12조7000억원에 이르는 영업 손실을 냈다. 삼성전자는 해외 법인에서 발생한 배당금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사 ASML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조달했다. 삼성의 반도체 전략은 해마다 조금씩 규모를 키워 발표됐다. 이재용 회장은 부회장 시절인 2019년 4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반도체 비전 2030'은 메모리에 이어 팹리스(설계 전문)와 파운드리(생산 전문)까지 3대 영역을 석권한다는 포부다. 이후 신규 추진, 보완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당장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만 해도 200조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P1부터 P6까지 총 6개 공장이 들어설 예정으로 현재 P4 공사가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올해 하반기 1차 완공을 목표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2026년 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착공에 들어간다. 이차전지와 바이오 사업도 투자가 활발하다. 삼성SDI는 울산사업장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양극재 공장 신·증설을 앞뒀고 미국에서는 스텔란티스·제너럴모터스(GM) 등과 추진한 합작 공장 설립이 진행 중이다. 삼성의 차세대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부상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7조5000억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를 세계 최대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기지로 구축한다. ◆이재용이 절감한 위기가 '투자 속도전' 원천 투자 속도전의 배경은 '긴박함'이다. 반도체의 경우 클린룸과 장비 등 시설·인프라에 조금만 투자를 소홀히 해도 주도권을 내주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항상 최신 장비와 초미세 공정을 완비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파운드리 고객사를 유치하려면 폭넓은 공정에 대응 가능해야 한다. 반도체 강국인 미국과 대만이 자국 기업인 인텔·TSMC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 점도 동인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몇 년간 안팎에서 위기 징후가 계속해서 포착됐다. 그 누구보다 이재용 회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회장은 수시로 생존, 변화, 기술, 투자를 언급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틈 날 때마다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2020년 5월)거나 "가혹한 위기 상황"(2020년 6월), "시장의 냉혹한 현실"(2021년 11월)을 말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분위기는 이 회장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선 SK하이닉스가 삼성보다 앞서 미국 엔비디아에 4·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폴더블 대중화에 힘썼지만 화웨이와 아너 같은 중국 업체가 맹추격 중이다. 중국 가전 업체 TCL과 하이센스는 저가 제품 이미지를 벗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가전으로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에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 기대된 반면 그 외 업종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침체가 예상돼 삼성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잇따른 조직 개편은 투자 확대와 궤를 같이 한다. 삼성전자는 미래사업기획단과 함께 DX(디바이스경험)부문 산하 비즈니스개발그룹을,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사업화 추진팀을 각각 신설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보다 앞서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담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조직이 신설·폐지되면 기업의 자금도 그에 맞게 재배분된다"며 "올해 (삼성이) 신규 투자를 발표할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2024-01-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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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초격차] '고객 가치' 띄운 구광모, LG가 달라졌다…'트렌드 세터' 등극
LG그룹이 초격차 경영에 힘을 주고 있다. 구광모 회장 체제가 시작된 뒤로 가전과 전기차, 이차전지 사업에서 성과를 내며 경영 전략인 '고객 가치'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각 사업 분야마다 고객 관점에서 고민하고 경쟁자와 제품·기술을 차별화함으로써 '트렌드 세터(Trend setter·유행 창조자)'로 변모하는 중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 계열사 중 상장사 7곳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220조~230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 기업집단 집계 기준으로는 전년(2022년 140조원)보다 늘어난 150조~160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LG는 과거 럭키금성에서 사명을 바꾸고 '초우량 LG'를 기치로 내걸었다.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에서 구본무 회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1995년 초에 일어난 일이다. 초우량 LG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LG그룹을 키우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외환위기와 GS, LX, LS 계열 분리 등을 거치며 재계 순위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4위 자리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구본무 회장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구광모 회장이 꺼내든 키워드는 '고객 가치'였다. 구 회장은 취임 2년 차인 2019년, ㈜LG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처음 내놓은 신년사에서 "성과의 기반은 LG가 추구한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에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 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꿀 감동을 주는 것'이자 '남보다 앞서서 주는 것', '지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우량 LG가 구본무 시대 경영 철학이었다면 고객 가치는 구광모 시대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구 회장은 해마다 고객 가치를 다듬어 나가기 시작했다.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 즉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찾아내며(2020년 신년사), 고객을 더욱 세밀하게 나눠 이해하자(2021년)고 강조했다. 그는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고객 경험(2022년)을 언급한 데 이어 지난해엔 "LG 구성원 모두가 고객 감동을 만드는 주체가 되자"고 주문했다. 고객 경험은 LG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기업의 지향점으로 확산됐다. 올해 구 회장이 제시한 메시지는 '차별적 고객 가치에 대한 몰입'이다. 단순히 남들과 다른 수준을 넘어 새로운 생활 문화의 대명사가 되는 가치라고 정의했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을 놀라게 하는 감동을 주고 새로운 문화를 열어줄 때 LG가 대체 불가능한 온리 원(Only one)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전에 없던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해 각 사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선점한다는 의미다. 시장에서 상위 경쟁자를 제치고 1등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新)시장을 만들어 냄으로써 2등 없이 유일한 1등이 될 수 있다. 고객 가치는 구광모 회장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LG그룹 초격차 경영 방식이다. 구광모의 '고객가치론'은 계열사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전, 차량용 전기장치(전장), 이차전지 사업을 하는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몇 년 새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눈길을 끌었다. 식물을 재배하는 'LG 틔운'이나 안면 미용 기기 '프라엘', 탈모 치료 의료기기 '프라엘 메디헤어', 전자식 마스크 '퓨리케어 마스크' 등이 대표적이다. 신발을 건조·탈취하는 '슈 스타일러'와 이동식 무선 스탠드형 모니터 '스탠바이미'도 있다. 오는 9일 미국에서 개막하는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4에서는 텀블러 세척기를 공개한다. 이러한 제품이 당장 흥행하지는 않더라도 입소문을 타면서 새로운 필요성을 만들고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성공 사례도 있다. 금성사 시절인 1984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김치냉장고는 지금은 필수 가전이 됐다. 2011년에는 '트롬 스타일러'를 출시하며 국내에서는 생소한 의류관리기를 대중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중국 외 시장 점유율은 27.7%다. 글로벌 전체로 보면 거대 내수 시장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앞세운 중국 업체 CATL과 비야디(BYD)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하이니켈 배터리, 리튬메탈 배터리 등 고밀도·고성능을 내는 기술은 LG에너지솔루션이 앞서 있다고 알려졌다. 중국 업체가 주도하는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요의 성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해 LG에너지솔루션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차전지 제조에 국한하지 않고 관리 시스템(BMS)이나 전력 거래 플랫폼 같은 신규 사업 모델을 발굴해 고객 가치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2024-01-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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