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은 26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신규 이사·감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총을 소집했지만 제주항공 측이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이스타항공의 신규 이사 및 감사는 계약상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지명하는 인물로 선임해야 한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후보자 명단을 전달하지 않았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에 "거래 종결일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사와 감사 후보 명단을 줄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거래 종결 시한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지난 4월 말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납입일을 이달 30일로 변경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이스타항공은 이달 29일이 종결일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제주항공은 절대적인 종료시한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해외 기업결함심사를 비롯해 타이이스타젯 문제 등 선결조건이 충족되지 않은만큼 이후 절차들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사안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5개월여 간 임직원 임금을 체불한 상황이다. 체불임금 규모는 약 250억원 규모로 추산돼 이스타항공 인수금액(545억원)의 절반 가까이 된다. 이스타항공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체불임금 중 일부를 부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현 경영진과 오너 일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거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국면에서도 지난 3월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면서 인수합병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간 통합으로 가격 및 노선 책정 등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모두 악화일로를 걷게 되면서 인수합병도 안갯속으로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국제선과 국내선 등 모든 노선을 셧다운한 상태인데다가 1분기 기준 자본총계가 -1041억원을 기록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인수주체인 제주항공도 1분기 기준 자본총계가 2237억원에 그쳐 3개월 사이 1014억원이 줄었다. 머지않아 자본잠식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의 절반가량인 110억원을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가 부담하겠다는 의사도 밝혔지만 제주항공 측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임금체납과 관련 조종사 노조가 제기한 소송에 고용노동부는 이스타항공이 이달 9일까지 체불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이 지급시한도 넘긴 상태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내달 6일 다시 임시 주총을 열 계획이다. 그러나 임금체불 이슈를 놓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어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