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네이버가 인텔과 손잡고 인공지능(AI) 사업 강화와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한다. 양사는 9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인텔 비전 2024' 행사에서 AI 전용 칩 '가우디'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을 위해 공동연구소 설립을 공식화했다.
이날 기조발표에는 네이버 임원들이 직접 참가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화상을 통해 "네이버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자체 하이퍼스케일 생성형 AI 모델을 공개한 기업"이라며 "효율적인 컴퓨팅 인프라에 투자할 것이며 인텔과의 협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이 무대에 직접 올라 인텔과의 구체적인 협력 내용에 대해 소개했다.
네이버는 자체 LLM(대규모 언어모델) 개발에 인텔의 가우디2 기반 인프라를 활용한다.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은 "네이버의 비전은 강력하고 혁신적이면서 안전한 멀티모달 LLM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것"이라며 "가우디2는 LLM 훈련과 추론 인프라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그간 자사 서비스에 이용되는 AI 추론용 칩을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활용해 왔으나 지난해 하반기 인텔 칩으로 교체했다. 양사의 협력은 최근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에서 8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압도적인 지배력을 자랑하는 엔비디아의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말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와 관련해 "AI 시대가 되면서 사실 저희와 같은 대용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서는 칩에 대한 비용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는 인텔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회사 내부에 AI 스타트업, 학계 등과 협력하는 네이버·인텔 공동연구소를 구성했다. 가우디 기반의 LLM 훈련용 상용 클라우드를 만들고 이를 다양한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하 센터장은 "네이버-인텔 공동연구소 설립은 네이버가 LLM 연구개발 비즈니스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라며 "더 많은 정보는 별도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인텔뿐 아니라 삼성전자와도 AI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AI 추론용 칩 '마하-1' 개발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가 핵심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삼성전자가 칩 디자인과 생산을 담당하는 구조다. 올해 네이버가 해당 칩에 대한 안전성 테스트 등 성능 검증을 진행하고, 4분기부터 본격 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에 도전하는 '반(反)엔비디아 진영'의 핵심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텔과의 협력을 통해 AI 칩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엔비디아의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네이버는 자체 AI 기술과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시키고 있다.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AI 기반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으며, 현지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