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16일 "삼성의 공급망 파트너 중 일부가 최근 HBM과 관련해 가능한 한 빨리 주문하고 용량을 예약하라는 정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삼성전자의 HBM이 하반기에 원활하게 출하를 시작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시작했으나 삼성전자는 여전히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HBM3E 양산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업계는 올해 안에 삼성전자의 HBM3E 인증과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5일 대만 언론 연합보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에 의뢰한 블랙웰 주문량을 25% 늘렸다. 블랙웰은 AI 가속기용 그래픽처리장치(GPU)로, HBM3E가 탑재된다.
전 세계 AI 가속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엔비디아가 물량을 늘리게 되면 삼성전자에도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전담하는 기업은 SK하이닉스인데, SK하이닉스의 HBM 생산 능력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에서 추가 주문까지 받아낼 여력이 없어서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공급사를 다변화하는 게 가격 협상 측면에서 유리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우리도 그들이(삼성전자) 최대한 빨리 테스트를 통과해 우리 제품에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삼성전자의 HBM을 사용하지 않으면 엔비디아 역시 자사 공급량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