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사건은 제약사가 의사에게 자사의 의약품을 우선 처방해 달라는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고려제약의 리베이트에 연루된 임직원은 2명으로 확인됐으며 이와 관련된 의사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고려제약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9일 기준 총 319명을 입건했으며 이 가운데 279명이 의사로 밝혀졌다.
제약업계는 리베이트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로 ‘약가 규제’를 꼽는다. 국가의 건강보험제도에 따른 약가 규제로 인해 제약사들이 낮은 약가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신약 개발 투자가 미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제약사들은 수익을 위해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개발에 집중하게 되고 제네릭 시장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리베이트 관행이 심각해지는 삼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뿐만 아니라 의료기관과 의사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며, 의사 처방 패턴 분석 및 내부 고발 프로그램 활성화 등을 통해 환자를 위한 처방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약품 선택 가이드라인 등을 강화해 의사가 특정 약품을 과도하게 처방하는 것을 방지하고 처방된 약품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규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세청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대응책을 내놨다. 고려제약과 신풍제약, 한스바이오메드 등 의료인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한 의약품 업체 16곳을 비롯해 건설사, 보험중개법인 등 총 47개 업체의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세무조사 대상 제약사들은 의사 부부의 결혼 관련 비용 일체 등 의료인의 사적인 비용을 대납하고, 병·의원과 의료인에게 물품 및 현금을 지급하거나 영업대행사(CSO)를 통해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해왔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오랫동안 유지된 산업계의 리베이트 수수 형태는 공정 경쟁을 훼손시키고 국민들이 누려야 할 혜택을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으로 집중시켜 사회 전반의 부실을 초래한다”며 “이제는 불공정과 부당이익 편취 문제를 넘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부작용까지 이어져 강력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27일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해 약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고려제약 임직원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방어권 보장 필요성이 있고, 주거와 가족관계 등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