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배럴(약 159ℓ) 당 70.76달러에서 4일 77.89달러로 나흘간 7.13달러(10.1%) 올랐다. 같은 기간 유럽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 당 72.56달러에서 78.05달러로 4.49달러(6.2%), 미국 서부텍사스경질유(WTI) 가격은 배럴 당 69.83달러에서 74.38달러로 4.55달러(6.5%) 증가했다.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탄 건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 미사일 180여발을 발사하고 이스라엘이 이에 대한 대규모 보복을 시사한 이후다. 이스라엘은 앞서 지난 28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지도부를 타격하기 위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대규모 공습을 진행한 바 있다.
양측이 피의 보복을 이어가자 중동 원유 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에 대해 정유 시설과 핵시설 등을 공격해 보복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시장 불안감이 높아졌다.
국내 기름값은 이르면 오는 15일부터 국제유가 상승세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중동에서 수출한 원유가 싱가포르 석유제품 도매 시장을 거쳐 국내 주유소에 납품되기까지 보름(15일)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 7월 4주차에 ℓ당 1713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 10월 1주차 때 ℓ당 1587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만약 15일부터 국제유가 상승폭과 같은 10.1%가 오른다고 가정하면 ℓ당 가격은 1745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관건은 앞으로 전쟁이 확대될지 여부다. 시장에선 이란의 원유 생산 시설이 타격받는 것도 걱정이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최악의 경우로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랍에미리트 사이를 가르는 해협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의 35%, 국내 중동산 원유 도입 물량의 99%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비야르네 쉴드롭 스웨덴 은행 SEB 수석 상품 애널리스트는 지난 4일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실제 이란 석유 시설을 폭격하면 유가는 배럴 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며 국제유가 폭등을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란이 확전을 원치 않아 국제유가 폭등이 현실화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까지 결과물을 내고자 이란을 보복할 순 있지만, 국제사회 복귀를 원하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강대강 대치로 맞받아 쳐줄진 의문"이라며 "상호 간 상징적 보복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