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는 2022년 9월 구글과 메타(구 페이스북)가 이용자 동의 없이 행태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했다며 각각 692억원, 3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국내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로 개인정보위는 이용자가 개인정보 수집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동의하도록 시정명령도 내렸다.
구글은 서비스 가입 시 '옵션 더보기'를 숨겨 '동의'를 기본값으로 설정했으며 메타는 694줄에 달하는 관련 내용을 한 번에 5줄만 보이도록 구성해 이용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구글과 메타는 2023년 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행태정보 수집의 주체가 누구인가다. 양사는 "행태정보의 수집 및 이용 주체는 플랫폼이 아닌 웹사이트나 앱 서비스 사업자"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위는 "행태정보는 개인의 사생활과 밀접한 민감 정보이며 이용자가 이를 인지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유럽연합(EU)과 같은 국제 사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강력한 규제와 입법을 추진 중임을 강조했다.
구글은 2023년 미국 40개 주로부터 위치정보 무단 수집 혐의로 소송을 당해 3억 9150만 달러(약 57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위치정보 수집 기능이 꺼진 상태에서도 검색엔진, 지도 앱 등을 통해 위치를 추적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2019년에는 프랑스 개인정보보호당국으로부터 불투명한 개인정보처리 정책으로 5000만 유로(약 7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메타 역시 2023년 5월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로부터 개인정보 불법 이전 혐의로 13억 달러(약 1조 8000억원)라는 GDPR 위반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19년에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50억 달러(약 7조 28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으며 국내에서도 2020년 이후 총 514억원의 과징금과 986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구글과 메타가 과연 '개인정보 수집의 주체'인가 하는 점이다. 양사는 최종변론에서 "우리는 플랫폼 제공자일 뿐 실제 행태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것은 개별 웹사이트나 앱 서비스 사업자"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마치 자신들은 고속도로만 제공할 뿐 그 위를 달리는 차량의 운행 방식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EU와 미국은 이미 수조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빅테크 기업의 개인정보 침해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EU는 GDPR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했고 미국은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한국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