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고객 가상자산 외부 전송 제한'이라는 전례 없는 징계 카드를 꺼내 든 FIU. 그 이면에는 과연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금일 제재심의위원회의 결과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를 가늠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서 FIU는 업비트에 '신규 고객 가상자산 외부 전송 제한'을 사전 통지한 바 있다. 업비트는 이에 대한 소명 절차를 진행했으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최종 변론을 펼칠 예정이다.
21일 제재심의위원회의 결과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FIU가 사전 통지한 제재를 확정할 경우 업비트는 신규 고객의 가상자산 외부 전송을 일정 기간(최대 6개월, 예상 3개월) 제한받게 된다. 이는 사실상 신규 고객 유입을 차단하는 강력한 제재로 업비트의 시장 지배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반면 제재심의위원회가 업비트의 소명을 받아들여 제재 수위를 낮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업비트는 한숨 돌릴 수 있겠지만 여전히 규제 리스크는 남아있게 된다.
◆ KYC 위반, 그 실체적 진실은...70만 오류, 기술적 결함인가, 고의적 방조인가
FIU가 업비트에 제재를 예고한 표면적인 이유는 고객확인제도(KYC) 및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위반이다. FIU는 업비트가 약 70만 건에 달하는 KYC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로 신분증 인증 과정에서 발생한 빛 번짐, 흔들림 등으로 인한 인식 오류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70만 건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되어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업비트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압도적인 이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방대한 양의 신규 가입 및 인증 과정에서 일부 기술적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위반의 고의성 여부다. 업비트가 고의적으로 KYC 절차를 소홀히 했는지 아니면 기술적 한계로 인해 발생한 불가피한 오류인지에 따라 제재의 정당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FIU는 업비트가 고의적으로 KYC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한 것일까 아니면 기술적 한계를 참작하여 제재 수위를 조절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오늘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에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업비트가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에 대한 금융 당국의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업비트가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소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의혹은 현재로서는 추측에 불과하다. 금융 당국은 '괘씸죄'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며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제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 또다른 리스크 부각에 따른 가상자산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
이번 업비트에 대한 제재는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또다른 '규제 리스크'라는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빗썸, 코인원 등 FIU의 현장 검사를 앞둔 거래소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비트와 마찬가지로 KYC 위반 사례가 적발될 경우 유사한 수준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규제의 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규제 수위를 조절하고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는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정부는 투자자 보호와 산업 발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 가상자산, '혁신의 씨앗'인가 '거품'인가...기로에 선 미래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자산이다. 탈중앙화, 투명성, 보안성 등의 특징을 지닌 가상자산은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은 여전히 높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한 자금세탁, 테러 자금 조달 등 불법 행위에 악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가상자산이 '혁신의 씨앗'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가 필수적이다. 규제를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키고 혁신의 싹을 자를 수 있다.
금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의 결과는 가상자산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FIU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가상자산이 '혁신의 씨앗'으로 성장할지 아니면 '거품'으로 전락할지 판가름 날 것이다.